prevalent를 찾으면 사전이 ‘만연한’을 내놓습니다. 그런데 만연하다는 전염병이나 부패처럼 나쁜 것에 쓰는 말이고, prevalent는 좋고 나쁨을 따지지 않습니다. 이런 어긋남이 생각보다 흔하고, 단어가 안 붙는 이유가 여기 있을 때가 있습니다.
사전을 찾았는데 뜻이 더 어렵습니다
영어 단어를 찾았더니 나온 한국어를 다시 찾아야 하는 경험, 다들 있으실 겁니다.
foster를 찾으면 ‘조성하다’, ‘함양하다’가 나옵니다. inherent는 ‘내재적인’입니다. 정확한 번역이긴 한데, 이 한국어들이 원래 영어 단어보다 쉽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느냐입니다. 모르는 영어 단어를 어렴풋이 아는 한국어 단어에 연결하면, 그 연결은 한국어 쪽 이해만큼만 튼튼합니다. 나중에 foster를 만났을 때 떠오르는 게 ‘함양하다’인데 함양하다가 정확히 어떤 자리에 쓰는 말인지 내가 모르면, 그 단어는 안 외워진 겁니다. 외운 것처럼 느껴질 뿐이죠.
사전을 탓할 일은 아닙니다. 뜻풀이는 정확해야 하고, 정확하려면 좁고 분명한 말을 골라야 하는데 한국어에서 그런 말은 대개 한자어입니다. 사전이 제 일을 한 결과지 실수가 아니에요.
다만 사전의 목표와 학습자의 목표가 다릅니다. 사전은 정확한 대응을 보여 주려 하고, 학습자는 다시 꺼내 쓸 수 있는 기억을 만들려고 합니다. 이 둘이 갈라지는 자리에서 뜻풀이를 그대로 베끼면, 정확하지만 안 붙는 카드가 쌓입니다. 자기 점검은 한 문장이면 됩니다. 이 한국어 뜻을 누가 물어보면 나는 설명할 수 있나. 못 하겠으면 그 뜻은 내 것이 아니고, 그 카드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뜻풀이가 감정까지 같이 붙여 옵니다
더 조용히 문제를 일으키는 쪽은 이겁니다. 한국어 단어에만 붙어 있는 감정색이 영어 단어에 옮겨 붙습니다.
prevalent가 대표적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만연하다는 나쁜 현상이 퍼지는 걸 가리킵니다. 그래서 ‘만연한’으로 외운 사람은 prevalent를 부정적인 단어로 기억하게 됩니다. 실제 영어에서는 the prevalent view처럼 아무 판단 없이 쓰는 자리가 훨씬 많습니다.
이 어긋남은 읽을 때는 잘 안 드러납니다. 문맥이 알아서 메꿔 주니까요. 쓸 때 드러납니다. 중립적으로 말하려고 고른 단어가 듣는 쪽에는 비판으로 도착합니다.
| 영어 단어 | 흔한 사전 뜻 | 어긋나는 지점 |
|---|---|---|
| prevalent | 만연한 | 한국어 쪽만 부정적 |
| intimate | 친밀한 | 영어 쪽에 사적·연인 뉘앙스가 있음 |
| sophisticated | 세련된 | 기계나 시스템에 쓰면 ‘복잡한’에 가까움 |
| ambitious | 야심 찬 | 한국어 야심은 계산적인 느낌이 섞임 |
| aggressive | 공격적인 | 영업·전략 문맥에서는 칭찬으로도 쓰임 |
intimate는 특히 조심할 만합니다. 친한 친구를 소개하면서 an intimate friend라고 하면 듣는 쪽이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close friend가 안전합니다.
반대 방향도 있습니다
영어에서는 평범한 단어인데 한국어 뜻풀이가 딱딱한 경우입니다. 이쪽은 정반대의 손해를 냅니다.
elaborate가 그렇습니다. 사전에는 ‘부연하다’, ‘상술하다’가 실려 있는데, 영어에서는 회의 중에 Can you elaborate? 하고 툭 던지는 일상어입니다. 부연하다로 외운 사람은 이 단어를 논문에나 쓰는 말로 오해하고 말할 때 절대 안 꺼냅니다.
robust도 비슷합니다. ‘견고한’, ‘강건한’으로 적혀 있으면 공학 용어처럼 보이는데, 영어권 직장에서는 a robust process 같은 표현이 흔합니다.
한국어 뜻풀이의 격식과 영어 단어의 격식은 별개입니다. 뜻풀이가 어려워 보인다고 그 영어 단어까지 어려운 말이라고 판단하면, 쓸 수 있었던 단어를 스스로 봉인하게 됩니다.
한 단어 대 한 단어로 외우면 생기는 일
지금까지 나온 문제가 전부 같은 뿌리에서 나옵니다. 영어 단어 하나에 한국어 단어 하나를 붙이는 방식이요.
이 방식은 빠르고, 시험 단어 시험에는 잘 통합니다. 대신 단어에 딸린 정보 대부분을 버립니다. 어떤 감정으로 쓰는지, 얼마나 격식 있는지, 어떤 단어와 붙어 다니는지가 전부 빠집니다.
특히 비슷한 뜻의 영어 단어들이 같은 한국어로 수렴할 때 손해가 큽니다. 예를 들어 뜻풀이가 다 ‘중요한’으로 나오면 important, crucial, vital, significant가 머릿속에서 한 덩어리가 됩니다. 이 얘기는 비슷한 뜻 영어 단어, 뉘앙스로 구별하는 법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방향도 문제입니다. 대부분 영어를 보고 한국어 뜻을 떠올리는 쪽으로만 복습합니다. 그러면 읽을 때는 잘 되는데 쓸 때 안 나옵니다. 영어 단어를 알아보는 능력과 필요할 때 꺼내는 능력은 따로 자라거든요. 가끔은 한국어 뜻을 먼저 보고 영어를 떠올려 보세요. 훨씬 어렵고, 그 어려움이 지금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정확하게 알려 줍니다.
그래도 한국어 뜻은 필요합니다
여기까지 읽고 영영사전만 쓰기로 결심하실까 봐 덧붙입니다. 그건 대개 과잉 교정입니다.
처음 만난 단어를 영영 정의만으로 잡으려면 시간이 몇 배로 듭니다. 정의 안에 또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그 단어를 다시 찾아야 하고요. 한국어 뜻은 단어를 빠르게 자리에 앉히는 도구로 충분히 값을 합니다. 이 선택 자체를 다룬 글은 번역 뜻과 영영 정의 중 무엇을 볼까에 있습니다.
여기서 하려는 말은 그게 아니라, 사전이 준 한국어를 그대로 옮겨 적지 말라는 겁니다. 뜻풀이는 출발점이지 완성품이 아닙니다.
뜻을 다시 적는 방법
실제로 하는 일은 간단합니다. 단어를 적을 때 다음 중 걸리는 것만 손보면 됩니다.
- 한자어가 어려우면 쉬운 말로 바꿉니다. inherent를 ‘내재적인’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 안에 있는’으로 적으면 다음에 볼 때 한 번 덜 막힙니다.
- 감정색이 다르면 한 줄 덧붙입니다. prevalent 옆에 ‘나쁜 뜻 아님’이라고만 적어 둬도 충분합니다.
- 격식이 어긋나면 그것도 적습니다. elaborate 옆에 ‘회화에서 자주 씀’이라고 써 두면 봉인이 풀립니다.
- 한국어 뜻이 다른 단어와 겹치면 구별점을 적습니다. ‘중요한’이 세 개면 세 개 다 무너집니다.
- 예문은 영어로 하나 남깁니다. 감정색과 격식은 정의보다 예문에서 훨씬 잘 드러납니다.
다섯 개를 다 할 필요는 없습니다. 걸리는 게 없으면 사전 뜻 그대로 두셔도 됩니다. 대부분의 단어는 실제로 아무 문제가 없어요.
prevalent 하나를 끝까지 해 보면 이렇습니다. 사전에서 ‘만연한’을 봅니다. 만연하다가 나쁜 일에만 쓰이는 말이라는 게 걸립니다. 그래서 뜻을 ‘널리 퍼져 있는’으로 바꿔 적고, 옆에 ‘좋고 나쁨 없음’을 붙입니다. 마지막으로 영어 예문을 하나 남깁니다. This view is prevalent among younger voters. 여기까지 이십 초쯤 걸립니다.
이십 초를 더 쓴 대가로 얻는 건, 나중에 이 단어를 쓸 때 중립적인 자리에 자신 있게 놓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안 하면 그 자리에서 매번 망설이거나, 망설이지 않고 틀립니다.
어느 단어를 의심해야 하나
전부 다 확인하면 공부가 안 됩니다. 확률이 높은 자리만 보면 됩니다.
사람의 성격이나 태도를 가리키는 형용사가 첫 번째입니다. 이쪽은 평가가 들어가는 단어라 언어마다 눈금이 다르게 매겨져 있습니다. 두 번째는 비즈니스 영어에서 자주 보이는 단어들입니다. aggressive, ambitious, robust처럼 한국어로 옮기면 어감이 세지는 것들이 몰려 있습니다.
반대로 사물이나 동작을 가리키는 구체적인 단어는 대체로 안전합니다. refrigerator가 냉장고인 데는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으니까요. 추상적일수록, 사람에 대한 판단이 들어갈수록 의심하면 됩니다.
확인이 필요할 때 제일 싼 방법은 사전 두 개를 나란히 보는 겁니다. 같은 단어에 서로 다른 한국어를 달아 놓은 경우가 흔한데, 그 차이가 곧 그 단어의 폭입니다. 두 사전이 똑같은 말을 내놓으면 그게 중심 뜻이고, 갈리면 어느 쪽도 전부를 담지 못한 겁니다. 갈릴 때는 영영 정의를 한 번 보면 대개 정리됩니다.
한 가지 더. 뜻풀이가 세 개 이상 나열되어 있으면 첫 번째만 보고 닫는 습관을 조심하세요. 사전은 대체로 빈도순으로 싣지만, 내가 그 단어를 만난 문맥에서 쓰이는 뜻이 세 번째일 수 있습니다. 뜻이 여러 개일 때 무엇을 먼저 외울지는 영어 다의어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앱을 쓰신다면 확인할 것
단어 앱도 결국 같은 문제를 물려받습니다. 어디선가 가져온 뜻풀이를 보여 주는 거니까요.
그래서 뜻만 있는 카드는 부족합니다. 예문이 같이 있어야 그 단어가 어떤 자리에 앉는지 보이고, 소리가 같이 있어야 아는 단어를 듣고도 놓치는 일이 줄어듭니다.
보캐비를 그렇게 만든 이유가 이겁니다. 29,000개가 넘는 항목마다 예문과 발음기호, 오디오가 같이 들어 있고, FSRS 간격 반복이 잊을 때쯤 그 단어를 다시 꺼내 줍니다. 뜻 한 줄만 스쳐 지나가는 방식으로는 위에서 말한 어긋남이 계속 남습니다. 항목은 단어 페이지에서 둘러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안 외워지는 단어가 있으면 영어 쪽을 의심하기 전에 한국어 쪽을 한번 보세요. 뜻풀이가 나보다 어려운 한자어거나, 원래 없던 감정색을 달고 있거나, 실제보다 딱딱하게 적혀 있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고치는 데는 오래 안 걸립니다. 내 말로 다시 쓰고, 어긋나는 지점 한 줄, 영어 예문 하나. 그 정도면 그 단어는 다시 만났을 때 알아볼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App Store에서 보캐비 받기자주 묻는 질문
- 그럼 한국어 뜻을 아예 보지 말아야 하나요?
- 아니요. 처음 만난 단어를 영영사전으로만 잡으려면 시간이 몇 배로 듭니다. 한국어 뜻은 빠르게 자리를 잡아 주는 도구로 쓰고, 대신 사전이 준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지 마세요. 내가 이해한 말로 다시 쓰고, 감정색이 붙는 단어면 그 점을 한 줄 덧붙이면 됩니다.
- 한자어 뜻풀이가 왜 문제가 되나요?
-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그 한자어 자체를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래서 모르는 단어를 모르는 단어로 바꿔 외우게 됩니다. 다른 하나는 한국어 쪽에만 있는 감정색이나 격식이 딸려 온다는 것입니다. 만연하다는 나쁜 일에만 쓰지만 prevalent는 그렇지 않습니다.
- 사전은 어떤 걸 봐야 하나요?
- 영한사전으로 뜻을 잡고, 애매하면 영영사전에서 한 번 더 확인하는 순서가 무난합니다. 특히 감정색이 있어 보이는 단어와 회화에서 쓸 단어는 영영 정의와 예문을 같이 보세요. 예문 두세 개만 봐도 그 단어가 어떤 자리에 앉는 말인지 대체로 드러납니다.
이어서 읽기
원어민끼리 뜻이 갈리는 영어 단어들
peruse, nonplussed, decimate, literally. 배운 사람들끼리도 뜻이 정반대로 갈리는 단어가 몇 개 있고 사전에는 양쪽이 다 실려 있습니다. 누가 맞느냐보다 학습자가 이걸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가 훨씬 실용적인 질문입니다.
영어 다의어: 뜻을 하나만 외우면 생기는 일
단어는 분명히 아는데 문장이 안 풀릴 때가 있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아니라 아는 단어가 다른 뜻으로 쓰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단어장이 만든 한 단어 한 뜻 습관이 어디서 발목을 잡는지,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정리했습니다.
영어 단어, 한글 뜻으로 외워도 될까
영영사전으로 공부하라는 말을 다들 하는데, 연구 결과는 대체로 반대입니다. 적어도 단어를 머리에 넣는 단계에서는요. 실제로 밝혀진 것과, 나쁜 습관 없이 둘 다 쓰는 방법을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