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멈추면 영어 단어를 잃습니다. 다만 흔히 상상하는 방식은 아닙니다. 손실은 처음 몇 년에 몰려 있고 그 뒤로는 수십 년간 거의 평평합니다. 그리고 사라진 것처럼 느껴지는 단어는 대부분 아직 남아 있습니다. 다시 외워보면 처음보다 훨씬 빠르게 돌아옵니다.
초반에 몰려서 빠지고, 그다음엔 멈춘다
이 주제의 가장 좋은 근거는 좀 특이한 연구에서 나옵니다. Harry Bahrick은 학교에서 스페인어를 배운 733명을 마지막 수업 이후 최대 50년에 걸쳐 시험했고, 점수를 원래 받았던 훈련량과 대조했습니다.
일반적인 망각 곡선대로라면 수십 년을 안 쓴 뒤에는 남는 게 거의 없어야 합니다. 결과는 달랐습니다. 하락은 처음에 가팔랐고, 대부분 수업이 끝난 뒤 3~5년에 몰려 있었습니다. 그 뒤로 곡선은 거의 평평해집니다. Bahrick은 5년에서 25년 사이에는 추가 손실이 사실상 없었다고 보고했습니다. 학창 시절에 외국어를 배우고 그 뒤로 손을 놓은 사람에게는 꽤 반가운 결과입니다.
그는 이렇게 살아남은 층을 permastore라고 불렀습니다. 이 사람들이 따로 복습을 해서 남은 것도 아닙니다. 대다수가 복습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답했고, 실제로 데이터에서 복습 효과가 유의하게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냥 남아 있었던 겁니다.
| 멈춘 뒤 경과 |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 |
|---|---|
| 0~3년 | 가장 가파른 하락. 빠질 것의 대부분이 이 구간에서 빠진다. |
| 3~5년 | 손실이 이어지지만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
| 5~25년 | 거의 평평. Bahrick은 이 구간에서 추가 손실이 사실상 없다고 보고했다. |
| 25~50년 | 완만한 하락이 다시 시작되지만 초반과는 비교가 안 된다. |
실용적으로 읽으면 이렇습니다. 멈춘 뒤 처음 몇 년이 위험 구간입니다. 그 시기에 조금이라도 접점을 유지하면, 아주 오래 조용히 남아 있을 핵심을 지키게 됩니다.
‘잊었다’는 대개 ‘못 꺼낸다’는 뜻이다
두 번째 발견이 첫 번째를 다르게 읽히게 만듭니다. 학습자가 더 이상 떠올리지 못하는 단어를 골라 다시 가르치면, 처음 배울 때보다 훨씬 빨리 익힙니다. 이걸 절약 효과라고 하고, 절약된 양이 곧 아직 저장돼 있는 양의 척도가 됩니다.
Hansen, Umeda, McKinney가 2002년에 이걸 대규모로 확인했습니다. 해외에서 일본어나 한국어를 익힌 뒤 거의 쓰지 않는 환경으로 돌아온 귀국자 3천여 명을 조사했고, 잊힌 어휘를 되살리는 연구에서 그때까지 보고된 가장 큰 절약 효과를 기록했습니다.
측정 방식 자체가 단순해서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잊은 항목을 다시 익히는 데 드는 노력을 처음 익힐 때 든 노력과 비교하고, 그 차이가 절약분입니다. 자기 보고가 끼어들지 않고, “아직 아는 것 같다”는 학습자 본인의 감각은 계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해석이 중요합니다. 단어가 정말 지워졌다면 다시 배우는 비용은 완전히 새로운 단어를 배우는 비용과 같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휘 손실은 삭제보다 접근 문제에 가깝고, 어제 못 떠올린 단어가 문장 속에서 마주치는 순간 되살아나는 일이 생깁니다.
이 사실은 불안의 성격을 바꿉니다. 그동안 공부한 게 다 새어나갔다는 감각은 대체로 틀렸습니다. 새어나간 건 꺼내는 속도지 항목 자체가 아닙니다.
다시 붙었을 때 실제로 벌어지는 일
체감으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손 놓았던 언어로 돌아간 첫 며칠은 창피합니다. 꺼내는 속도가 느리고, 분명 알던 단어가 안 나옵니다. 그런데 그다음부터는 빠릅니다. 처음 배울 때와는 비교가 안 되게 빠르고, 상당 부분이 몇 달이 아니라 몇 주 안에 돌아옵니다.
체감과 실제 회복 속도가 이렇게 어긋난다는 걸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초반의 창피함 때문에 사람들이 그만두거든요. 시작이 굼뜬 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증거가 아닙니다.
다시 시작하는 방식도 여기서 나옵니다. 예전 수준에 맞는 새 교재를 사지 말고 이미 한 번 훑었던 자료로 돌아가되, 속도를 내서 지나가세요. 상당수가 ‘안다’보다 ‘어디서 봤다’에 가깝게 느껴질 텐데 그게 정상입니다. 지금 하는 건 단어를 외우는 일이 아니라 아직 실이 붙어 있는 단어를 골라내는 일입니다. 당겨서 딸려 오는 단어는 싸게 회복되고, 끝까지 조용한 단어가 진짜 할 일입니다. 그리고 그 수는 첫날 느낌보다 적습니다.
벼락치기의 문제
시험을 앞두고 몰아서 외워 본 사람에게는 불편한 함의가 있습니다. 짧은 기간에 몰아서 쌓은 어휘는 유지 연구가 “안 남는다”고 말하는 조건을 그대로 갖추고 있습니다. 원래 훈련 수준이 얕고, 간격이 없고, 꺼내 쓰는 연습이 거의 없습니다. 시험지는 통과시켜 주고, 그다음엔 곡선이 허용하는 가장 빠른 속도에 가깝게 빠집니다.
시험 준비를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마감은 실제로 쓸모 있는 장치입니다. 다만 마감이 요구하는 것보다 일찍 시작하라는 얘기입니다. 같은 총량을 몇 주가 아니라 몇 달에 나눠 쓰면 점수는 비슷하게 나오면서 이듬해까지 남는 어휘가 생깁니다. 벼락치기의 비용은 시험 당일에 청구되지 않습니다. 몇 달 뒤에 청구됩니다. 막상 영어를 쓰려고 앉았을 때, 그렇게 굴렸던 목록이 조용해져 있는 걸 발견하는 순간에요.
얼마나 남는지는 얼마나 제대로 외웠는지가 결정한다
Bahrick의 두 번째 결과는 덜 편안하지만 더 쓸모 있습니다. 50년 전 구간에 걸친 유지량이 원래 훈련 수준으로 예측됐다는 것. 더 많이, 더 높은 수준까지 공부한 사람이 더 많이 남겼고, 그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목록을 빠르게 훑는 대신 처음에 제대로 외워야 한다는 가장 강한 근거입니다. 한 번 스치듯 본 단어와 입에서 바로 나올 때까지 굴린 단어는 같은 범주가 아닙니다. 평평한 구간까지 살아남는 후보는 후자뿐입니다. 멈추기 전에 한 단어를 몇 번 만나느냐가 중요한 이유이기도 한데, 이 부분은 간격 반복에서 더 자세히 다뤘습니다.
읽기로만 익힌 단어가 더 잘 빠지는 이유도 같습니다. 알아보기만 한 단어는 경계선에 가깝게 놓여 있습니다. 꺼내는 연습을 섞어야 하는 이유는 능동 인출 쪽에 정리돼 있습니다.
유지 비용은 습득 비용보다 훨씬 싸다
일정을 바꿔야 할 대목이 여기입니다. 어휘를 지키는 비용은 얻는 비용보다 훨씬 싸고, 가장 싼 방법은 더 자주가 아니라 덜 자주 복습하는 쪽입니다.
Bahrick 가족은 9년에 걸쳐 자기들을 대상으로 실험했습니다. 외국어 어휘를 13회 또는 26회 학습하되 간격을 14일, 28일, 56일로 나눴고, 훈련이 끝난 뒤 최대 5년까지 유지량을 측정했습니다. 56일 간격으로 13회 학습한 쪽이 14일 간격으로 26회 학습한 쪽과 비슷한 유지량을 보였습니다.
한 번 더 읽어볼 만합니다. 총 학습량이 절반인데 결과가 비슷합니다. 차이는 세션 사이에 시간을 더 흘려보냈다는 것뿐입니다. 간격이 넓으면 당장은 더 어렵게 느껴지고 습득 속도도 약간 느린데, 길게 보면 그쪽이 이깁니다.
다만 한계를 묻어두기보다 밝히는 편이 낫겠습니다. 이 연구의 참가자는 네 명이고, 저자들과 그 가족입니다. 어떤 기준으로도 아주 작은 표본입니다. 간격 효과에 관한 더 넓은 연구들과 방향이 같아서 자주 인용되는 것이지, 확정된 수치로 볼 건 아닙니다.
작동 원리는 간격 반복과 같습니다. 기억이 아직 생생할 때 오는 복습은 쉽고 거의 일을 하지 않습니다. 절반쯤 잊었을 때 오는 복습은 불편하고 대부분의 일을 합니다. 간격을 늘리면 후자가 많아집니다.
그래서 공부 방식에서 무엇이 바뀌나
- 멈춘 뒤 2년을 위험 구간으로 볼 것. 하락이 여기 몰려 있습니다. 이 기간의 약간의 접점이 많은 걸 지킵니다.
- 적은 단어를 더 깊이. 50년 유지량을 예측한 건 훈련 수준이지 훑은 목록의 길이가 아니었습니다.
- 돌아올 때 0부터 다시 시작하지 말 것. 공백 뒤라면 새 교재로 갈아타지 말고 예전 자료를 훑으세요. 절약 효과 덕분에 그 회차는 빠릅니다.
- 간격이 길어지도록 둘 것. 전부 매주 돌리려는 본능은 비싸고, 위 근거대로면 역효과입니다.
- 알아보기 말고 꺼내기로 판단할 것. 알아보는 능력은 알아서 버티면서 나를 과대평가하게 만듭니다. 유지가 필요한 쪽은 꺼내는 능력입니다.
연구가 약속하지 않는 것
한계 두 가지는 정직하게 적어둡니다. 첫째, 위 근거는 대부분 수용적 지식, 즉 알아보고 이해하는 쪽을 다룹니다. 시간 압박 속에서 유창하게 말하는 건 더 어려운 기술이고, 그것까지 평평한 구간에 편하게 놓여 있다고 볼 근거는 약합니다. 오래 쉬었다가 돌아오면 읽기보다 말하기가 더 녹슬어 있는 게 정상입니다.
둘째, 그렇다고 유지가 선택 사항이 되는 건 아닙니다. Bahrick의 데이터에서 평평한 구간은 초반 하락 이후에 남은 것을 설명하지, 하락을 막아준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 연구의 참가자들도 처음 몇 년에 스페인어의 상당 부분을 잃었습니다. 연구가 주는 건 대부분의 학습자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싼 유지 계획이지, 유지를 건너뛰는 방법이 아닙니다.
보캐비는 어디에 맞물리나
복습 시스템이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 건 단어가 언제 돌아오느냐이고, 이 연구가 가리키는 지점이 정확히 거기입니다.
보캐비는 FSRS 간격 반복을 씁니다. 고정된 달력이 아니라 내 망각 곡선에 맞춰 각 단어의 일정을 잡습니다. 단어가 잘 버틴다고 판명되면 간격이 늘어나고, 그래서 이미 아는 것들의 유지 비용은 계속 떨어지는 동안 관심은 아직 흔들리는 단어로 갑니다. 위에서 본 ‘간격을 넓혀라’가 계획해야 할 일이 아니라 기본값이 되는 셈입니다.
모든 단어에 발음기호와 실제 음성이 붙어 있어서 단어가 모양뿐 아니라 소리로도 저장되고, 가진 걸 지키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고 싶다면 29,000개가 넘는 단어가 준비돼 있습니다. 단어 라이브러리에서 둘러볼 수 있습니다.
이미 외운 단어는 대체로 아직 안에 있습니다. 할 일은 문을 열어두는 것이고, 그건 처음 올라갈 때보다 쌉니다.
App Store에서 보캐비 받기 — 모든 단어에 음성, 발음기호, 예문, 간격 반복이 들어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 공부를 멈추면 영어 단어를 얼마나 잊나요?
- 예상보다 적게 잊습니다. 총량보다 시점이 중요합니다. Harry Bahrick이 학교에서 배운 스페인어를 50년간 추적한 연구에서 손실은 수업이 끝난 뒤 3~5년에 가장 가팔랐고, 그 뒤로는 점수가 거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초반 하락을 견딘 부분은 그대로 남는 편입니다.
- 한 번 잊은 단어는 영영 사라진 건가요?
- 대개 아닙니다. 예전에 알았던 단어를 다시 외우면 처음 외울 때보다 훨씬 빠른데, 이걸 절약 효과라고 부릅니다. 이 속도 차이 자체가 원래 기억이 남아 있다는 증거이고, 문제는 소실이 아니라 접근입니다. Hansen 연구팀이 2002년에 귀국자 3천여 명을 조사해 당시까지 보고된 가장 큰 절약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 이미 외운 단어를 유지하려면 얼마나 자주 복습해야 하나요?
- 처음 외울 때보다 훨씬 드물게 해도 됩니다. 자리를 잡은 단어는 복습 간격이 몇 주에서 몇 달까지 벌어져도 되고, 오히려 간격이 넓을 때 장기 기억에 더 잘 남습니다. 내 망각 곡선에 맞춰 일정을 잡아주는 복습 시스템이라면 이 계산을 알아서 합니다.
이어서 읽기
이해 가능한 입력,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이해 가능한 입력은 거의 다 알아듣는 수준에서 살짝 어려운 언어를 뜻합니다. 초반 실력을 끌어올리는 가장 강력한 엔진인데, 중급에 오면 조용히 연료가 바닥납니다. 잘하는 일과 못하는 일을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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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쭉쭉 늘다가 어느 순간 벽. 중급 정체기는 아무리 써도 영어가 안 느는 것처럼 느껴지는 구간입니다. 지극히 정상이고, 대부분 어휘 문제예요. 왜 생기는지, 어떻게 뚫는지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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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로 영어 단어가 늘긴 합니다. 단, '그냥 보기'로는 대부분 흘러가 버려요. 쓸 만한 단어를 골라 붙잡고, 이미 귀로 들은 그 소리까지 함께 남기는 법을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