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남았을 때 단어를 늘리는 건 대체로 헛수고입니다. 이 기간에 점수로 바뀌는 건 새로 외운 단어가 아니라 이미 반쯤 아는 단어를 확실하게 만드는 쪽입니다. 그래서 첫 작업은 더 외울 목록을 만드는 게 아니라 버릴 목록을 정하는 일이고, 남은 며칠은 그 짧아진 목록만 반복하는 데 씁니다.
일주일 남았을 때 가장 흔한 실수
시험이 코앞이면 마음이 급해서 새 단어장을 펴게 됩니다. 두꺼운 책의 앞부분을 며칠 만에 훑고, 진도가 나간 만큼 준비가 됐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처음 보는 단어는 일주일 안에 문제지에서 꺼낼 수 있는 상태까지 잘 가지 않습니다. 눈으로 익어서 “본 것 같다”까지는 갑니다. 그 상태는 시험장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습니다. 진도의 양은 늘었는데 점수에 닿는 부분은 거의 없는 셈입니다.
두 번째로 흔한 실수는 남은 기간을 문제 풀이로만 채우는 겁니다. 실전 감각을 위해 세트를 도는 건 필요하지만, 채점하고 점수만 확인한 뒤 다음 세트로 넘어가면 틀린 이유가 그대로 남습니다. 특히 어휘 때문에 틀린 문제는 다시 풀어도 또 틀립니다. 모르는 단어가 그대로니까요. 세트를 하나 덜 풀더라도 틀린 문제에서 단어를 건져 내면 그만큼은 확실히 남습니다.
정리하면 이번 주의 원칙은 하나입니다. 더하지 말고 빼세요.
남은 일주일에 움직이는 것과 안 움직이는 것
| 항목 | 일주일 안에 바뀌나 | 이유 |
|---|---|---|
| 애매하게 아는 단어 | 바뀐다 | 이미 흔적이 있어서 확인만 하면 굳는다 |
| 처음 보는 단어 | 거의 안 바뀐다 | 재인까지만 가고 인출은 안 된다 |
| 이미 아는 단어의 발음 | 바뀐다 | 소리만 붙이면 되는 작업이라 빠르다 |
| 문법 감각 | 느리다 | 규칙을 아는 것과 반사적으로 고르는 건 다르다 |
| 독해 속도 | 조금 | 아는 단어의 인출 속도만큼만 올라간다 |
표에서 볼 것은 두 줄입니다. 애매한 단어와 발음. 남은 기간의 시간은 대부분 이 둘에 들어가야 합니다.
1단계: 세 덩어리로 가른다
가지고 있던 단어장이나 오답 노트를 펴고, 각 단어를 세 칸으로 나눕니다.
확실한 것. 뜻을 가려도 바로 떠오르는 단어입니다. 여기는 다시 볼 필요가 없습니다. 다시 보면 안다는 기분만 강해지고 실제로 늘지는 않습니다.
애매한 것. 뜻을 보면 “아 맞다” 싶은데 가리면 안 떠오르는 단어입니다. 이 덩어리가 이번 주의 전부입니다.
전혀 모르는 것. 이번 주에는 버립니다. 냉정하게 들리지만, 여기에 시간을 쓰면 애매한 덩어리를 확실하게 만들 시간이 사라집니다.
가르는 속도가 중요합니다. 단어 하나에 3초를 넘기지 마세요. 뜻을 가린 채 3초 안에 안 떠오르면 그 단어는 확실한 칸이 아닙니다. 고민하는 순간 이미 답이 나온 겁니다. 표시는 단순할수록 좋아서, 애매한 것에만 점 하나 찍고 나머지는 그냥 넘기면 됩니다.
토익 단어로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itinerary를 보고 곧바로 일정표가 떠오르면 확실한 칸입니다. reimbursement는 뜻을 보면 “아 환급” 싶은데 가리면 안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정확히 애매한 칸입니다. tentative처럼 여러 번 봤는데도 매번 헷갈리는 단어도 여기 들어갑니다. 반대로 procurement가 이번 주에 처음 보는 단어라면 미련 없이 넘기세요. 다음 회차 목록의 첫 줄로 적어 두면 됩니다.
2단계: 애매한 덩어리만 남긴다
세 칸으로 갈랐으면 확실한 것과 전혀 모르는 것은 물리적으로 치워 둡니다. 책을 덮거나 목록에서 지웁니다.
남은 양이 생각보다 적어서 불안할 수 있습니다. 그게 정상입니다. 일주일에 확실하게 바꿀 수 있는 단어 수는 원래 많지 않고, 목록이 짧아야 같은 단어를 여러 번 만날 수 있습니다. 200개를 한 번씩 보는 것보다 60개를 다섯 번 보는 쪽이 이 기간에는 훨씬 낫습니다.
치워 두는 걸 물리적으로 하라고 적은 이유가 있습니다. 목록에 남아 있으면 눈이 자꾸 가고, 확실한 단어를 다시 볼 때마다 공부한 기분은 드는데 실제로는 아무것도 안 늘기 때문입니다. 이 기분이 꽤 강해서 스스로를 속입니다. 종이라면 접어 두고 앱이라면 따로 빼 두는 편이, 의지로 참는 것보다 확실합니다.
3단계: 확인을 인출로 바꾼다
애매한 단어를 다시 볼 때 대부분은 단어와 뜻을 나란히 읽습니다. 그건 확인이지 기억을 꺼낸 게 아닙니다.
뜻을 손이나 종이로 가리고 먼저 떠올린 다음에 확인하세요. 같은 시간에 남는 양이 달라집니다. 떠올리는 데 실패해도 괜찮고, 실패한 단어가 오히려 더 남습니다. 이 차이는 인출 연습 쪽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남은 일주일을 어떻게 굴릴지도 미리 정해 두세요. 첫 이틀은 가르는 데 씁니다. 목록을 만들고 애매한 칸만 남기는 작업입니다. 그다음 사흘은 그 목록을 매일 한 바퀴씩 돌되, 돌 때마다 그날 떠올리지 못한 단어에만 다시 표시합니다. 목록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짧아져야 정상이고, 짧아지지 않으면 애초에 목록이 너무 길었다는 뜻입니다. 마지막 이틀은 새로 표시된 것만 봅니다.
한 바퀴에 걸리는 시간이 20분을 넘으면 목록을 더 줄이세요. 하루에 여러 번 만나야 굳는데, 한 바퀴가 길면 하루 한 번도 겨우 돌게 됩니다.
LC는 소리부터, 이건 일주일에도 움직입니다
리스닝이 약하다면 남은 기간에 손댈 값어치가 가장 큰 곳입니다. 새 단어를 외우는 것과 달리, 이미 아는 단어에 소리를 붙이는 작업은 빠르게 끝나기 때문입니다.
철자로만 외운 단어는 귀로 지나갈 때 못 잡습니다. comfortable을 네 음절로 기억하고 있으면 실제로 들리는 세 음절짜리 소리와 연결되지 않습니다. 애매한 단어 목록을 만들었다면, 그 목록만이라도 발음을 한 번씩 듣고 소리 내어 따라 해 보세요. 뜻은 이미 반쯤 아는 상태라 소리만 얹으면 되는 작업이고, 그래서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결과가 보입니다.
특히 손볼 값이 큰 건 세 종류입니다. 철자와 발음이 어긋나는 단어(comfortable, vegetable, Wednesday처럼 글자 수보다 짧게 발음되는 것들), 강세 위치에 따라 품사가 갈리는 단어(record, present 같은 명사·동사 쌍), 그리고 한국어에 없는 대립이 들어간 단어입니다. 마지막 항목이 한국어 화자에게 특히 비싼데, r과 l, f와 p가 겹쳐 들리면 문장 전체를 놓치는 게 아니라 핵심 명사 하나를 놓쳐서 답이 갈립니다.
파트별로 어떤 층이 필요한지는 토익 점수가 안 오르는 이유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간격 반복은 이번 주에 쓰는 도구가 아닙니다
솔직하게 적어 둘 부분이 있습니다. 간격 반복은 복습 사이의 간격을 며칠에서 몇 주로 벌려 가며 기억을 오래 붙잡는 방식입니다. 작동하려면 그 간격이 들어갈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일주일은 간격을 한두 번 넣으면 끝나는 길이입니다. 지금 앱을 깔아서 이번 시험 점수가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이번 주에 맞는 건 짧은 주기로 같은 목록을 반복해서 인출하는 방식이고, 간격 반복은 다음 시험을 위해 오늘부터 굴려 두는 도구입니다. 원리는 간격 반복 학습에 적어 두었습니다.
시험 전날과 당일 아침
마지막 24시간은 공부하는 시간이 아니라 상태를 관리하는 시간에 가깝습니다. 이 시점에 새로 넣은 정보는 거의 남지 않고, 대신 잠이 모자라면 이미 아는 것까지 안 꺼내집니다. 그래서 전날의 목표는 하나 더 외우는 게 아니라 컨디션을 지키는 쪽이 됩니다.
- 전날 밤에 새 단어를 넣지 않습니다. 이미 애매한 목록을 한 번 더 도는 쪽이 낫습니다.
- 전날은 실전과 같은 시간대에 한 세트를 풀어 보고 일찍 자는 편이 점수에 더 가깝습니다.
- 당일 아침에는 목록 전체가 아니라 끝까지 안 잡혔던 스무 개 정도만 봅니다.
- 시험장에서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멈추지 않습니다. 한 문제는 한 문제일 뿐인데 거기서 흔들리면 뒤가 같이 무너집니다.
- 끝난 뒤에 기억나는 모르는 단어를 적어 둡니다. 다음 회차 목록의 시작점이 됩니다.
다음 시험을 위해서라면
이번 주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마지막 한 가지는 이번 시험이 아니라 그다음을 위한 것입니다.
일주일 전에 할 수 있는 게 이렇게 적은 이유는, 어휘가 원래 시간을 들여야 쌓이는 종류이기 때문입니다. 보캐비에는 29,000개가 넘는 단어가 들어 있고 복습 시점은 FSRS 간격 반복이 잡아 줍니다. 모든 단어에 발음기호와 오디오가 붙어 있어서 눈으로만 저장되는 문제도 처음부터 막힙니다. 지금 시작하면 다음 시험에서는 이 글이 필요 없어집니다.
시험 잘 보시고, 끝나면 모르는 단어부터 적어 두세요.
App Store에서 보캐비 받기. 모든 단어에 오디오와 IPA, 예문, 간격 반복이 함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 일주일 남았는데 새 단어장을 시작해도 될까요?
- 권하지 않습니다. 처음 보는 단어는 시험날까지 재인 단계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고, 그 상태로는 문제지에서 안 떠오릅니다. 같은 시간을 이미 한 번 본 단어에 쓰면 애매하던 것이 확실해지는 만큼은 점수에 반영됩니다. 새 책은 시험이 끝난 다음 날 펴는 게 맞습니다.
- 그럼 일주일 동안 단어는 아예 안 봐도 되나요?
- 봐야 합니다. 다만 늘리는 게 아니라 거르는 작업입니다. 이미 본 단어를 확실한 것과 애매한 것과 전혀 모르는 것으로 나누고, 가운데만 남기는 겁니다. 확실한 건 시간 낭비고 전혀 모르는 건 일주일 안에 안 붙습니다. 애매한 덩어리가 남은 기간에 실제로 움직이는 유일한 구간입니다.
- 간격 반복 앱을 이번 주에 돌리면 도움이 되나요?
- 이번 주에는 큰 도움이 안 됩니다. 간격 반복은 복습 간격을 며칠에서 몇 주로 벌리면서 기억을 오래 붙잡아 두는 방식이라, 애초에 시간이 있어야 작동합니다. 일주일은 그 간격이 한두 번밖에 안 들어가는 길이입니다. 지금은 짧은 주기로 인출 연습을 반복하는 편이 낫고, 간격 반복은 다음 시험을 위해 오늘부터 시작해 두는 도구로 보는 게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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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1 Advanced(CAE) 어휘, 시험이 진짜 보는 것
C1 Advanced는 어려운 단어를 아는지 묻지 않습니다. 평범한 단어를 완전히 아는지, 즉 모든 형태와 함께 쓰이는 짝까지 아는지를 봅니다. 그래서 공부 방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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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 단어 다 외웠는데 점수가 그대로인 이유
단어장을 한 권 끝냈는데 점수가 안 움직인다면 양이 부족한 게 아닙니다. 토익은 파트마다 단어를 아는 깊이를 다르게 요구하는데, 단어장 암기가 채워 주는 건 그중 가장 얕은 한 층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