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 학습 팁

소금과 후추, 순서를 바꾸면 어색한 이유

Vocaby Team 7 분 분량
따뜻한 종이 질감 위에 세리프 표제어와 발음기호가 놓인 보캐비 카드 스타일 이미지

binomial은 문법이 아니라 관습이 순서를 정해놓은 두 단어 짝입니다. salt and pepper, back and forth, safe and sound. 순서를 뒤집어도 문법책에서 지적할 수 있는 규칙은 하나도 깨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바로 그것입니다. pepper and salt는 틀리지 않으면서 어색하기 때문에, 듣는 사람이 굳이 고쳐주지 않습니다.

binomial은 콜로케이션과 무엇이 다른가

품사가 같은 두 단어가 and나 or로 묶여 자주 쓰이다가 한쪽 순서로 굳은 것입니다. 명사라면 knife and fork, 형용사라면 short and sweet, 동사라면 give and take가 그렇습니다.

irreversible binomial이라는 용어는 야코프 말키엘이 1954년에 제안했지만, 현상 자체는 적어도 1903년부터 논의돼 왔습니다. 파울러의 영어 용법 사전은 한동안 이것을 Siamese twins라고 불렀는데, 2015년판에서 말키엘의 용어로 돌아갔습니다.

기억해둘 만한 구분은 콜로케이션과의 차이입니다. 콜로케이션은 어떤 단어가 어떤 단어와 어울리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powerful tea가 아니라 strong tea인 것처럼요. strong tea의 순서를 못 바꾸는 건 맞지만, 그건 형용사가 명사 앞에 온다는 문법이 하는 일이라 애초에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binomial은 다릅니다. salt and pepper에서는 두 명사가 대등하게 이어져 있고, 영어 문법은 어느 쪽이 앞에 와도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pepper and salt를 막는 문법 규칙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관습이 막습니다. 문법이 허용하는 것과 사람들이 실제로 말하는 것 사이의 이 틈이 이 현상의 전부입니다.

무엇이 앞자리를 정하는가

규칙 하나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여러 힘이 서로 당깁니다. 베노어와 레비가 2006년 학술지 Language에 실은 연구가 정확히 이 구도를 다뤘는데, 하나의 법칙이 지켜지는 게 아니라 제약들이 경쟁한 결과로 순서가 결정된다고 봤습니다.

가장 눈에 띄게 작용하는 건 소리입니다. 가벼운 단어가 앞에 섭니다. salt 다음 pepper, bread 다음 butter, cup 다음 saucer. 한 음절 다음 두 음절입니다. 여러 연구가 모음의 길이도 여기에 관여한다고 봅니다. 영어는 소리의 패턴 자체를 좋아해서 bed and breakfast 같은 두운, high and dry 같은 각운도 순서를 붙잡아 둡니다. 이건 장식이 아닙니다. 두운이나 각운이 걸린 짝은 훨씬 잘 안 흔들리고, 법률 영어에 이런 표현이 유난히 많은 것도, 어릴 때 익힌 짝은 한 번도 거꾸로 말한 적이 없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소리 쪽에는 조금 섬뜩할 정도로 일관된 패턴이 하나 더 있습니다. 모음만 바꿔 만든 짝은 높은 모음에서 낮은 모음 순으로 갑니다. zig-zag, flip-flop, tick-tock, ping-pong. 누구도 가르쳐준 적 없습니다. zag-zig을 소리 내보면 입이 먼저 거부합니다.

의미도 당깁니다. 시간 순서가 붙잡는 짝이 많습니다. 도착해야 떠날 수 있으니까요. 쿠퍼와 로스는 1975년 Word Order라는 논문에서 화자 자신의 경험에 가까운 쪽이 앞에 오는 경향을 Me First Principle이라고 불렀습니다. 반대말 짝은 긍정 쪽이 먼저 오는 경우가 많아서 black and white, life or death가 됩니다.

세 번째 힘은 빈도인데, 가장 심심합니다. 더 흔한 단어가 앞자리를 차지하는 편입니다. 소리로도 의미로도 설명이 안 되는 짝들 뒤에서 조용히 일하는 요인입니다.

실제 표현 대부분은 이 중 두세 가지가 같은 방향으로 당겨서 굳었습니다. 안에서 보면 순서가 너무 당연하고 밖에서 설명하려면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알아둘 만한 짝

무엇이 순서를 붙잡고 있는지로 묶었습니다.

표현순서를 정한 요인
salt and pepper짧은 단어가 먼저
bread and butter짧은 단어가 먼저
cup and saucer짧은 단어가 먼저
bed and breakfast두운
spick and span두운
high and dry각운
wear and tear각운
zig-zag, flip-flop, tick-tock모음 높낮이
back and forth방향
sooner or later시간 순서
trial and error시간 순서
black and white긍정 쪽이 먼저
life or death긍정 쪽이 먼저
ladies and gentlemen관습, 완전히 고정
safe and sound두운과 의미가 함께
law and order빈도와 두운
peace and quiet비슷한 뜻, 소리가 결정
first and foremost두운
by and large완전히 고정, 뜻은 불투명
null and void법률 관용구
terms and conditions법률 관용구
part and parcel두운
touch and go완전히 고정
sink or swim두운
give and take시간 순서
pros and cons관습
ups and downs긍정 쪽이 먼저

spick and span은 따로 볼 만합니다. spick은 화석어, 그러니까 이 표현 안에서만 살아남고 현대 영어 어디에도 없는 단어입니다. 이런 식으로 짝이 약한 쪽 단어의 유일한 생명줄인 경우가 꽤 있습니다. 부품이 아니라 덩어리로 저장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전부 못 바꾸는 건 아닙니다

여기서 설명이 과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정확히 짚고 갈 부분입니다. 고정된 정도는 스위치가 아니라 연속적인 눈금입니다.

정말 못 움직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back and forth, safe and sound, by and large, ladies and gentlemen. 뒤집으면 원어민 귀에 부서진 소리로 들립니다.

그냥 그쪽이 흔할 뿐인 것들도 있습니다. beer and wine은 wine and beer로 바꿔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tables and chairs, left and right는 모두 유연하고, 맥락이 순서를 뒤집기도 합니다. 의자를 주로 파는 가게라면 하루 종일 chairs and tables라고 말할 겁니다.

hit and miss와 hit or miss처럼 두 형태가 각각 자리를 잡은 경우도 있습니다.

유용한 판별법은 뒤집은 형태를 어딘가에서 찾을 수 있느냐가 아닙니다. 뒤집었을 때 원어민이 멈칫하느냐입니다. wine and beer는 이 시험을 무난히 통과합니다. forth and back은 통과하지 못하고, sound and safe도 마찬가지입니다.

결론은 전부 외우려 들지 말라는 겁니다. 정말 굳은 것들에만 노력을 쓰면 됩니다. 틀렸을 때 대가를 치르는 건 그것들뿐이니까요.

이건 어떤 종류의 실수인가

학습자가 pepper and salt라고 말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생각해보면 좋습니다.

문법 실수가 아닙니다. 구조는 완벽합니다. 단어를 몰라서 생긴 일도 아닙니다. 둘 다 아는 단어입니다. 의미 전달에 실패한 것도 아닙니다. 듣는 사람은 즉시 완전히 이해합니다. 실패한 부분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피드백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문법이 틀리면 교정을 받고, 단어를 잘못 쓰면 상대가 의아한 표정을 짓습니다. 이건 둘 다 없습니다. 소통은 완전히 성공했고 다만 원어민이라면 고르지 않았을 배열이었을 뿐이니까요. 밖에서는 안 보이고 안에서는 편안한 실수라서, 이 조합이면 몇 년이고 살아남습니다.

대신 쌓입니다. 뒤집힌 짝 하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대화 내내 조금씩 흘러나오면, 문법은 맞는데 원어민처럼 들리지는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의 상당 부분이 됩니다.

이 순서가 얼마나 개인 깊숙이 박혀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도 있습니다. binomial의 순서는 한 사람의 글 안에서 일관돼서 필자를 식별하는 단서로 쓰일 정도인데, have your cake and eat it 표현을 뒤집어 쓴 습관이 1990년대 유나바머 선언문의 필자를 좁히는 데 쓰인 단서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 정도로 일관된 습관은 머리로 따져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저장돼 있는 겁니다.

한국어에도 굳어진 짝이 있습니다

영어만 이런다면 그냥 자의적인 규칙일 겁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고, 그래서 더 까다롭습니다. 이미 한 세트를 설치한 채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어에도 순서가 굳은 짝이 많습니다. 흑백은 검정이 먼저라 영어 black and white와 정확히 같고, 여기저기도 here and there와 같습니다. 이 일치가 함정입니다. 곧 어긋날 직관을 믿게 만들거든요.

앞뒤는 앞이 먼저입니다. 영어는 back and forth라고 합니다. 남녀는 남자가 먼저지만, 청중을 부르는 영어의 고정 표현은 ladies and gentlemen입니다. 어느 쪽도 비논리적이지 않습니다. 소리와 예의와 습관이 벌인 같은 경쟁을 두 언어가 다른 방향으로 정리했을 뿐이고, 한쪽에서 다른 쪽을 끌어낼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니 한국어와 영어가 일치하는 짝은 아무 비용도 들지 않고 눈에 띄지도 않습니다. 위험은 어긋나는 소수에 전부 몰려 있고, 그것들은 누가 짚어주기 전까지 보이지 않습니다. 굳은 표현을 자신 있게 옮긴 문장은 맞게 옮긴 문장과 느낌이 똑같기 때문입니다.

두 단어가 아니라 한 덩어리로 외우기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결국 하나로 모입니다. 공부법이라기보다 저장 단위에 관한 결정입니다.

  1. 표현 전체를 한 항목으로 다루세요. salt and pepper가 머릿속에 아는 명사 두 개로 들어 있으면, 필요할 때마다 그 자리에서 다시 조립하게 됩니다. 순서가 사라지는 지점이 바로 그 조립입니다.
  2. 한 번은 소리 내어 말해보세요. 순서를 정한 힘의 상당 부분이 소리라서, 규칙이 못 하는 확인을 귀가 해줍니다. bread and butter를 말하고 이어서 butter and bread를 말해보면 두 번째가 늘어진다는 게 느껴집니다. 그 반응이 설명보다 낫습니다.
  3. 따로 외워두고 나중에 붙이려 하지 마세요. spick을 안다고 해서 얻는 게 없습니다. spick and span을 알면 전부 얻습니다. 그 단어가 아직 살아 있는 유일한 자리니까요.
  4. 잊어버린 다음에 다시 만나세요. 표현도 단어와 똑같이 흐려집니다. 한 번 보고 다시 안 본 짝은 하필 말해야 하는 순간에 순서가 뒤섞인 채로 떠오릅니다.

1번이 핵심이고, 이 원리는 binomial 바깥에서도 통합니다. 기억력 문제처럼 느껴지는 일의 대부분은 사실 저장 단위의 문제입니다. 떠올리려는 그것이 애초에 한 덩어리로 저장된 적이 없었던 겁니다.

문법 아래에 있는 층

영어에는 문법보다 아래, 개별 단어보다 위에 놓인 순서의 층이 하나 있습니다. 배울 수 있고, 양도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완전히 굳은 짝은 수천 개가 아니라 수백 개 수준입니다.

보캐비는 29,000개가 넘는 영어 단어마다 발음기호와 원어민 발음을 함께 담고 있습니다. 이 주제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인데, binomial의 순서를 정하는 힘이 상당 부분 소리에 있고 글자로만 본 리듬은 판단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복습은 FSRS로 배치되어 자꾸 틀리는 것은 더 빨리, 자리를 잡은 것은 더 뒤로 돌아옵니다. 짝의 한쪽 발음이 확실하지 않을 때는 단어 탐색기에서 찾아보면 됩니다.

표현 자체는 단어보다 큰 단위이니, 어디에 적어두든 붙여서 적어두세요. salt and pepper를 하나로 저장하고, 한 번 소리로 듣고, 다음 달에 다시 만나면, 순서는 그때부터 판단할 일이 아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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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영어의 binomial(이항 표현)이 뭔가요?
and나 or로 이어진, 품사가 같은 두 단어가 한쪽 순서로 굳어진 표현입니다. salt and pepper, back and forth, sooner or later 같은 것들입니다. 순서가 완전히 고정된 것들을 언어학에서는 irreversible binomial이라고 부르는데, 야코프 말키엘이 1954년에 붙인 이름입니다.
어느 단어가 앞에 오는지는 무엇이 정하나요?
한 가지 규칙이 아니라 여러 힘이 동시에 작용합니다. 소리의 영향이 커서 짧고 가벼운 단어가 앞에 서는 경향이 있고, bread and butter가 그런 경우입니다. 의미도 작용해서 시간 순서나 화자와 가까운 쪽이 앞으로 옵니다. 빈도도 관여해서 더 흔한 단어가 앞에 오는 편입니다. 쿠퍼와 로스는 1975년에 사람 쪽이 앞선다는 경향을 Me First Principle이라고 불렀고, 베노어와 레비는 2006년에 이 힘들이 경쟁하는 방식을 확률 모형으로 다뤘습니다.
이런 표현은 전부 순서를 못 바꾸나요?
아닙니다. 전부 같은 등급으로 묶는 것이 오히려 흔한 오해입니다. 고정된 정도는 연속적입니다. back and forth나 safe and sound는 정말로 못 바꾸지만, beer and wine은 뒤집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완전히 굳은 것만 덩어리로 외우고 나머지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