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학습

영어 발음기호 읽는 법, 한글로 적으면 놓치는 것

Vocaby Team 6 분 분량
따뜻한 종이 질감 카드 위의 fluent와 발음기호

strike는 1음절입니다. 그런데 스트라이크라고 적는 순간 5음절이 됩니다. 한글로 옮겨 적는 습관은 편하지만, 그 과정에서 음절 수와 강세와 한국어에 없는 자음이 한꺼번에 사라집니다. 발음기호는 그걸 되돌려 놓는 도구예요. 그리고 전부 외울 필요도 없습니다. 한국어에 없는 열 개 남짓이면 충분합니다.

한글로 적는 순간 음절 수가 달라집니다

한국어 음절은 자음 하나, 모음 하나, 받침 하나까지만 담습니다. 자음 두세 개가 연달아 붙는 자리가 없어요. 그래서 영어의 자음군을 한글로 옮기려면 없는 모음을 끼워 넣는 수밖에 없습니다.

strike의 /str/은 자음 세 개가 모음 없이 붙어 있습니다. 한글로는 스, 트까지 두 음절을 만들어야 겨우 라이크에 닿습니다. 한 박자짜리 단어가 다섯 박자가 되는 거죠.

끝소리도 같은 일을 당합니다. 영어의 마지막 자음은 대부분 소리를 터뜨리지 않고 닫으면서 끝나는데, 한글은 받침으로 쓸 수 있는 소리가 정해져 있어서 나머지는 전부 뒤에 ㅡ를 붙여 한 음절을 더 만듭니다. desk가 데스크, wife가 와이프가 되는 이유입니다.

이게 왜 문제냐면, 귀는 음절 수부터 셉니다. 다섯 박자로 외워 둔 단어가 한 박자로 훅 지나가면 같은 단어인 줄 모릅니다. 아는 단어를 못 알아듣는 거예요.

한국어에 없는 소리는 한글로 적을 방법이 없습니다

음절 수는 그래도 늘어나기만 합니다. 자음은 아예 합쳐져 버려요.

영어 소리한글 표기같이 뭉개지는 단어
/f/ 와 /p/둘 다 ㅍfan 과 pan
/r/ 과 /l/둘 다 ㄹright 과 light
/b/ 와 /v/둘 다 ㅂbest 와 vest
/z/ 와 /dʒ/둘 다 ㅈzoom 과 June
/θ/ 와 /s/둘 다 ㅅ 또는 ㅆthink 와 sink

왼쪽 두 칸이 분명히 다른 소리인데 가운데 칸에서 하나가 됩니다. 한글로 적어두면 그 단어를 다시 볼 때마다 합쳐진 쪽만 보게 되고, 구별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립니다.

발음기호는 이걸 떼어 놓습니다. fan이 /fæn/이고 pan이 /pæn/이라고 적혀 있으면, 첫 소리가 다르다는 정보가 단어 카드에 그대로 남아 있는 셈이에요.

강세는 한글 표기에 아예 들어가지 않습니다

한글에는 어느 음절을 세게 발음하라고 표시할 방법이 없습니다. 한국어가 강세로 뜻을 구별하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고, 그래서 한글 표기는 강세를 통째로 버립니다.

영어는 다릅니다. photograph는 앞에 힘이 들어가고 photography는 두 번째 음절로 옮겨가는데, 힘이 옮겨가면 나머지 모음이 전부 약해집니다. 같은 어근인데 소리 지도가 다시 그려져요.

발음기호는 이걸 기호로 찍어 줍니다. 음절 앞 위쪽에 붙은 작은 세로줄이 제1강세, 그 단어에서 제일 힘이 들어가는 자리입니다. 아래쪽에 붙은 세로줄은 제2강세인데, 완전히 죽지는 않았지만 주인공은 아닌 음절이라는 뜻이에요.

긴 단어에서 이 구별이 값을 합니다. information 같은 네 음절 단어는 앞쪽에 제2강세, 세 번째에 제1강세가 찍혀 있어서 어디를 세게 하고 어디를 흘릴지가 기호만 보고 정해집니다. 강세가 품사까지 가르는 짝들은 강세만 옮겨도 뜻이 바뀌는 영어 단어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다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발음기호 표를 처음 보면 기호가 마흔 개 넘게 있어서 질립니다. 그런데 그중 대부분은 한국어에도 있는 소리라, 기호를 몰라도 이미 맞게 발음하고 있어요. 손에 익혀야 하는 건 한국어에 없는 것들뿐입니다.

  • /f/와 /v/. 윗니를 아랫입술에 대고 냅니다. ㅍ, ㅂ와는 입 모양부터 다릅니다.
  • /θ/와 /ð/. 혀끝을 이 사이에 두는 소리. think의 앞소리와 this의 앞소리입니다.
  • /z/. 성대가 울리는 ㅅ입니다. zoo, busy, is의 끝소리가 전부 이거예요.
  • /ʃ/와 /ʒ/. shoe의 앞소리, vision의 가운데 소리.
  • /r/과 /l/. 한국어 ㄹ은 이 둘 사이 어딘가에 있습니다. 둘 다 아니라고 보는 쪽이 정확합니다.
  • /æ/, /ʌ/, /ə/. 전부 ㅏ나 ㅓ로 뭉개지는데 영어에서는 다른 단어가 됩니다.
  • 강세 표시. 기호는 아니지만 실전에서 제일 크게 작용합니다.

열 개 남짓입니다. 나머지는 사전에서 마주칠 때 하나씩 채워도 늦지 않아요.

미리 알아두면 덜 헷갈리는 게 하나 있습니다. 사전마다 쓰는 기호 체계가 다릅니다. 네이버 영어사전이나 영국 쪽 사전은 위에서 말한 IPA를 쓰는데, 미국 사전 중에는 자기들만의 표기법을 쓰는 곳이 있어요. 모음 위에 줄을 긋거나 점을 찍는 방식이라 IPA와 생김새가 아예 다릅니다. 어느 쪽이 맞고 틀린 게 아니라 그냥 다른 체계인데, 모르고 섞어 보면 같은 단어가 두 가지로 적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쪽을 정해서 그쪽으로만 보세요.

진짜 문제는 자음이 아니라 모음입니다

자음은 틀려도 문맥이 어느 정도 메꿔 줍니다. 모음은 안 그래요.

한국어 화자가 특히 자주 겹쳐 쓰는 게 /æ/와 /e/입니다. 요즘 서울말에서는 ㅐ와 ㅔ가 거의 구별되지 않아서, bat과 bet을 둘 다 배트나 베트로 적고 그대로 발음합니다.

/ʌ/도 마찬가지입니다. cut, luck, but의 가운데 소리인데 한글로는 컷, 럭, 벗이 되면서 ㅓ와 ㅏ 사이 아무 데나 착지합니다.

발음기호예시 단어자주 겹쳐 쓰는 소리
/æ/cat, bad, map/e/ 와 구별이 안 됨
/ʌ/cut, love, some/ɑː/ 나 /ə/ 와 섞임
/ɑː/father, calm/ʌ/ 와 섞임
/ə/about 의 첫소리아예 인식되지 않음
/ɜːr/bird, work/ɔː/ 로 발음하기 쉬움

앞쪽 세 줄은 발음이 어색해지는 선에서 끝납니다. 아래 두 줄이 진짜입니다. 이건 못 알아듣는 쪽으로 이어져요.

슈와를 알면 안 들리던 게 들립니다

/ə/는 슈와라고 부릅니다. 영어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모음이에요. 강세를 못 받은 음절의 모음이 힘을 잃고 이 소리로 주저앉습니다.

banana를 보세요. 한글로는 바나나, 세 음절에 똑같은 아 세 개입니다. 실제 발음은 /bəˈnænə/이고 힘이 들어가는 건 가운데 하나뿐이에요. 앞뒤는 입을 거의 안 벌린 채 흘려버립니다. 아 세 개로 외운 사람이 원어민의 banana를 들으면 자기가 아는 단어와 겹치는 데가 없습니다.

기능어에서는 더 심합니다. of, to, and, for처럼 문장을 이어 주는 짧은 단어들은 강세를 거의 못 받아서 모음이 통째로 슈와로 내려앉아요. of는 어브가 아니라 /əv/에 가깝고, and는 앞뒤에 붙어 흐르다가 n 소리 하나만 남기도 합니다. 문법책에서 배운 형태와 실제 귀에 들어오는 소리가 제일 크게 벌어지는 지점입니다.

리스닝이 안 뚫리는 이유가 여기 많이 몰려 있습니다. 교재에서 또박또박 읽어주면 들리는데 실제 대화에서 안 들리는 단어들, 대부분 슈와가 낀 자리에서 무너집니다. 더 파고들 거리는 영어 리스닝 안 들리는 이유에 정리해 뒀습니다.

눈으로만 읽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솔직히 발음기호에도 한계는 분명합니다. /θ/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그 소리가 저절로 나지는 않아요. 기호는 소리를 담는 그릇이지 소리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기호는 항상 소리와 짝을 지어야 합니다. 기호를 보면서 실제 발음을 듣고 둘을 겹쳐 놓는 과정이 있어야 쓸모가 생깁니다. 반대로 소리만 듣고 기호를 안 보면, 들은 걸 자기 귀에 익은 한국어 소리로 바꿔서 저장해 버려요. 한쪽만으로는 안 됩니다.

보캐비 단어 카드에 발음기호와 오디오가 늘 같이 붙어 있는 이유가 이겁니다. 29,000개 넘는 단어 전부에 기호와 소리가 함께 들어 있어서, 기호를 보면서 바로 맞춰 볼 수 있습니다.

단어를 외울 때 발음기호를 언제 보나

새 단어를 처음 만났을 때는 소리부터 듣습니다. 그다음 기호를 보면서 방금 들은 소리의 어느 부분이 무슨 기호인지 맞춰 봅니다. 마지막으로 강세 위치만 따로 확인하고 넘어갑니다. 십 초면 끝나요.

복습할 때는 매번 볼 필요 없습니다. 뜻이 떠오르면 그대로 넘기고, 발음이 흔들릴 때만 다시 펼치면 됩니다. 보캐비는 간격 반복으로 잊을 때쯤 그 단어를 다시 꺼내 주는데, 그 순간이 발음을 확인하기 딱 좋은 타이밍이에요.

지킬 건 하나입니다. 한글로 적어두지 않기. 아무리 급해도 기호나 소리로 남기세요. 단어 페이지에서 기호와 발음을 같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한글로 적어두면 그 단어는 눈으로 읽을 때만 아는 단어가 됩니다. 소리로 들어오는 순간 못 알아봐요. 저도 한동안 이렇게 외웠고, 리스닝이 안 되는 이유를 한참 다른 데서 찾았습니다.

기호 마흔 개를 다 외우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한국어에 없는 열 개 남짓이면 사전이 다르게 읽히기 시작해요. 오늘 찾아보는 단어 하나부터 기호를 같이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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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발음기호를 전부 외워야 하나요?
아니요. 한국어에 이미 있는 소리는 기호를 몰라도 대충 맞게 발음합니다. 문제는 한국어에 없는 소리들이고, 그건 열 개 남짓입니다. f, v, θ, ð, z, ʃ, r과 l의 구별, 그리고 모음 쪽의 æ, ʌ, ə 정도만 눈에 익혀도 사전이 다르게 보입니다. 나머지는 필요할 때 하나씩 채우면 됩니다.
한글로 적어두는 게 정말 그렇게 나쁜가요?
급할 때 메모로 쓰는 건 괜찮습니다. 문제는 그게 기억에 남는 유일한 형태가 될 때입니다. 한글로 옮기는 순간 음절이 늘어나고 강세가 사라지는데, 나중에 그 단어를 원어민 속도로 들으면 내가 외운 소리와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습니다. 아는 단어인데 안 들리는 상황이 여기서 나옵니다.
미국식과 영국식 발음기호가 다른데 어느 쪽을 봐야 하나요?
하나를 정해서 그쪽으로 통일하는 게 낫습니다. 섞으면 같은 단어를 두 가지로 기억하게 되고 어느 쪽도 확실해지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보는 시험과 교재는 대체로 미국식이 기본이라 그쪽이 무난합니다. 보캐비에서는 미국식과 영국식 목소리를 골라 들을 수 있으니 정한 쪽으로 맞춰 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