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은 단어의 철자를 모르겠다면 첫소리부터 더듬지 마세요. 강세가 있는 음절에서 출발해 그 음절의 자음을 적고, 자음마다 가능한 철자를 펼쳐 보면 됩니다. 영어는 소리 하나를 여러 철자로 적지만 강세 음절의 자음 뼈대만은 잘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 뼈대가 단어를 찾아내는 실마리입니다.
첫 글자부터 찾으면 안 되는 이유
지금까지 인쇄된 모든 사전은 첫 글자순으로 정렬돼 있습니다. 그런데 첫 글자야말로 들은 단어에서 우리가 제대로 잡아냈을 가능성이 가장 낮은 부분입니다. 배치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고, 이 문제가 실제보다 훨씬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불리한 조건이 둘입니다. 영어에는 강세 없는 음절로 시작하는 단어가 수천 개고, 강세를 잃은 모음은 다들 비슷한 중성적 소리로 주저앉습니다. /ɪˈfemərəl/ 같은 소리를 들었을 때 그 첫 모음에는 쓸 만한 정보가 거의 없습니다. 적어 보면 e일 수도, i일 수도, a일 수도 있습니다. 잘못 들은 게 아니라 애초에 구별할 근거가 소리에 없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규모는 작아도 성질이 고약합니다. 영어에는 첫 글자가 아예 소리 나지 않는 단어 무리가 있습니다. knee, wrist, gnome, psalm, pneumonia, mnemonic, hour, heir. 찾는 단어가 여기 속하면 알파벳 순서는 도움이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엉뚱한 쪽을 자신 있게 가리킵니다.
그러니 습관을 뒤집는 게 낫습니다. 강세 음절은 온전한 모음과 또렷한 자음으로 발음되는 자리입니다. 강세가 하는 일이 원래 그렇습니다. 그 음절의 자음이 우리 손에 남은 가장 믿을 만한 재료이고, 탐색은 거기서 바깥으로 넓혀 가야 합니다.
들린 모음은 대부분 모음이 아닙니다
영어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모음 소리는 a도 e도 i도 o도 u도 아닙니다. 슈와(/ə/)라고 부르는, taken의 둘째 음절이나 about의 첫 음절에서 들리는 힘 빠진 소리입니다. 슈와에는 전용 글자가 없고, 바로 그 점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어떤 모음 글자든 강세를 잃는 순간 슈와로 발음될 수 있습니다.
평범한 단어 다섯 개만 늘어놓아도 사정이 보입니다. about, taken, pencil, memory, supply에서 굵게 표시한 모음은 전부 같은 소리입니다. 글자만 다섯 가지일 뿐입니다. 소리를 아무리 다시 들어도 구분되지 않습니다. 구분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은 알아 둘 값어치가 있습니다. 무엇을 추측해야 하는지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강세 없는 모음은 단서가 아니라 빈칸입니다. 강세 있는 모음은 추측해 볼 만하고 자음은 여러 후보를 대 볼 만하지만, 그 사이에 낀 약한 모음들은 잡음입니다. 더 집중해서 들으려 애쓰는 만큼 시간만 없어집니다. 한글은 말한 대로 훨씬 충실하게 적히기 때문에, 한국어 화자에게는 이 대목이 특히 납득이 잘 안 됩니다. 그 간극 자체는 영어는 왜 철자대로 발음되지 않을까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소리 하나에 철자가 여러 개
방법의 핵심이 여기 있습니다. 확실하다고 판단한 자음마다 영어가 실제로 그 소리에 쓰는 철자들을 펼쳐 놓고, 조합을 검색해 보는 겁니다. 목록이 길긴 해도 무한하지는 않습니다.
| 소리 | 자주 쓰이는 철자 | 예 |
|---|---|---|
| /ʃ/ | sh, ti, ci, ssi, si, ch, s | ship, nation, special, mission, tension, machine, sugar |
| /k/ | c, k, ck, ch, cc, qu, que | cat, kite, back, chorus, occur, mosquito, antique |
| /f/ | f, ff, ph, gh | fan, off, phone, laugh |
| /dʒ/ | j, g, dg, gg | jam, gem, bridge, exaggerate |
| /s/ | s, c, ss, sc, ps | sun, city, class, science, psalm |
| /iː/ | ee, ea, ie, ei, e, i, eo | see, sea, field, receive, be, machine, people |
| /ɜːr/ | er, ir, ur, or, ear, our | her, bird, turn, word, earth, journey |
이 중 두 줄은 특히 눈여겨볼 만합니다. /ʃ/ 줄은 학술적인 긴 단어를 소리만 듣고 적기 어려운 이유를 그대로 보여 줍니다. nation, special, mission, machine이 모두 같은 소리를 품고 있는데 그중 sh로 적는 단어는 하나도 없습니다. /k/ 줄은 그리스어 계통 단어를 알아보는 단서를 줍니다. /k/를 ch로 적었다면 십중팔구 그리스어에서 온 말입니다. chorus, chaos, character, chemistry, architect가 그렇습니다. 학술적인 느낌의 단어가 /k/로 시작하는데 c와 k가 둘 다 빗나갔다면, 포기하기 전에 ch를 넣어 보세요.
소리 나지 않는 첫 글자
자기 리스닝이 형편없다고 결론 내리게 만드는 단어들이 바로 이 무리입니다. 단어는 또렷하게 들렸습니다. 다만 철자가 몇 백 년 전에 발음을 잃은 글자로 시작할 뿐입니다.
- kn- 이 /n/ 소리로: knee, knife, knock, know, knuckle, knead
- wr- 이 /r/ 소리로: write, wrong, wrist, wrench, wrestle, wrath
- gn- 이 /n/ 소리로: gnaw, gnome, gnat, gnarled
- ps- 가 /s/ 소리로: psychology, psalm, pseudonym, psychiatry
- pn- 이 /n/ 소리로: pneumonia, pneumatic
- mn- 이 /n/ 소리로: mnemonic
- rh- 가 /r/ 소리로: rhythm, rhyme, rhetoric, rhinoceros
- h- 가 아예 묵음: hour, honest, heir, honour
여기에는 외워 둘 만한 규칙성이 있습니다. 목록이 규칙으로 바뀌는 지점이라 유용합니다. ps-, pn-, mn-, rh-, ch- 무리는 거의 전부 그리스어에서 라틴어를 거쳐 들어온 학술·전문 어휘입니다. 반면 kn-, wr-, gn- 무리는 게르만계 고유어이고, 고대·중세 영어에서는 첫 자음까지 실제로 발음했다가 나중에 앞소리만 조용해졌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쓸 수 있습니다. 들린 단어가 전문적이거나 의학·학술 냄새가 나면서 /n/, /s/, /r/로 시작했다면 그리스어 철자부터 넣어 봅니다. 짧고 일상적인 단어가 /n/이나 /r/로 시작했다면 kn-, gn-, wr-를 먼저 시도합니다. 반반짜리 추측에 무게를 실어 주는 정도지만, 그 차이가 검색 횟수를 줄입니다.
끝소리가 똑같은 어미들
검색이 어긋나는 두 번째 자리는 단어 끝입니다. 영어는 같은 소리에 접미사를 여러 개 두고 있고, 어느 쪽이었는지는 귀로 구별할 방법이 없습니다.
/ʃən/ 하나만 해도 nation에서는 -tion, tension에서는 -sion, mission에서는 -ssion, musician에서는 -cian, Martian에서는 -tian으로 적힙니다. /əbl/은 -able 아니면 -ible입니다. /ənt/는 -ant나 -ent고, 명사 짝인 /əns/는 -ance나 -ence입니다. /əri/는 -ary, -ery, -ory 셋 중 하나라서 stationary와 stationery는 글로 먹고사는 사람들에게도 영원한 함정입니다.
이 중 규칙을 알아 둘 값어치가 있는 건 하나입니다. -able은 앞에 붙는 어간이 그 자체로 완전한 영어 단어인 경우에 잘 붙습니다. readable, comfortable, dependable이 그렇습니다. -ible은 혼자 설 수 없는 어간에 잘 붙습니다. audible, edible, tangible, visible이 그렇습니다. 법칙이라기보다 경향이고 양쪽 다 예외가 있지만, 첫 추측으로는 동전 던지기보다 확실히 낫습니다.
단어 중간만 들었을 때
알파벳 순서가 완전히 무력해지는 경우이고, 사실 앞의 모든 경우를 합친 것보다 흔합니다. 앞부분은 놓쳤고 중간 한 덩어리만 잡았습니다. 대개 강세가 있는 부분입니다. 소리가 컸으니까요.
이럴 때 알파벳 순서는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합니다. 단어 앞부분부터 일치시키는 검색창도 마찬가지인데, 대부분의 검색창이 그렇게 동작합니다. 필요한 건 표제어 안쪽 아무 데나 있는 조각을 찾아 주는 검색입니다. 와일드카드 패턴을 지원하는 사전 사이트가 몇 군데 있습니다. 보캐비 검색은 기본이 그렇게 동작해서, 단어의 어느 부분이든 일치시킵니다. phem만 쳐도 그 자리에서 시작하지 않는 ephemeral이 나오고, quenc를 치면 consequence와 sequence, frequency가 함께 올라옵니다.
철자 전체를 맞히는 것보다 자음 뼈대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단어를 통째로 복원할 필요가 없습니다. 붙어 있을 법하고 맞을 법한 글자 서너 개, 그리고 그걸 단어 중간에서 찾아 줄 도구. 그 둘이면 됩니다.
실제로 찾아보기
무언가를 듣다가 “it was completely /ɪˈfemərəl/“라는 구절을 잡았다고 해 봅시다. 어떻게 적는지는 전혀 모릅니다. 절차는 이렇습니다.
- 강세를 찾습니다. 둘째 음절 FEM에 있습니다. 쓸 만한 정보가 들어 있는 음절이 이겁니다.
- 그 음절의 자음을 적습니다. /f/와 /m/입니다. m은 후보가 하나뿐이고 f는 아닙니다.
- 애매한 쪽을 펼칩니다. /f/는 f, ff, ph, gh로 적힙니다. 음절 첫머리에 오지 않는 gh는 뺍니다. fem과 phem이 남습니다.
- 단어가 아니라 조각을 검색합니다. fem을 먼저, 그다음 phem을 넣습니다. 두 번째에서 ephemeral이 걸립니다.
- 맥락과 대조합니다. ephemeral은 아주 잠깐 지속된다는 뜻입니다. “it was completely ephemeral”은 말이 됩니다. 끝났습니다.
조금 더 까다로운 경우도 보겠습니다. 공부 영상에서 /nɪˈmɒnɪk/을 들었습니다. 강세는 MON에 있고 자음은 /m/과 /n/인데 둘 다 애매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mon을 검색하면 수천 개가 나와 쓸모가 없습니다. 이번엔 문제가 앞쪽에 있습니다. 첫소리 /n/은 n, kn, gn, pn, mn으로 적힐 수 있고 단어가 전문적인 느낌이었으니 그리스어 쪽부터 봅니다. mnemonic입니다. 한 번도 들리지 않았던 m이 처음부터 거기 있었습니다.
제대로 찾았는지 확인하기
사람들이 건너뛰는 단계가 마지막입니다. 그리고 틀린 단어를 자신 있게 외워 버리는 경로가 정확히 이 생략입니다. 그럴듯한 철자는 증거가 아닙니다. 확인은 두 가지면 되고, 둘 다 빠릅니다.
먼저 뜻을 들었던 문장과 맞춰 봅니다. 단어에 대한 막연한 느낌이 아니라 실제 그 문장과 대조해야 합니다. 비슷한 뜻의 단어들이 바로 이 지점에서 사람을 속이기 때문입니다. 일정에 대한 불평 속에서 들은 단어인데 찾아낸 뜻이 지질학 용어라면, 글자가 아무리 잘 들어맞아도 다른 단어입니다.
그다음 강세를 확인합니다. 둘 중 더 강력한 검사인데 잘 쓰이지 않습니다. 강세 위치는 듣는 사람이 가장 안정적으로 기억하는 정보이고, 개별 모음보다도 그렇습니다. 강세가 엉뚱한 데 찍힌 후보는 거의 항상 다른 단어입니다. 보캐비는 모든 단어에 발음기호와 원어민 음성을 함께 담고 있어서, 강세 표시가 어디 붙었는지 보고 소리로 확인하면 2초면 끝납니다. 발음기호를 읽는 요령 자체가 헷갈린다면 영어 발음기호 읽는 법을 먼저 보셔도 좋습니다.
찾았다고 끝은 아닙니다. 팟캐스트에서 한 번 만나고 사전에서 한 번 찾은 단어는 접점이 둘뿐이라 약합니다. 다시 데려오는 장치가 없으면 이렇게 얻은 단어는 금방 사라집니다. 보캐비는 FSRS로 복습 간격을 잡아서, 아슬아슬한 단어는 더 빨리 돌아오고 확실히 아는 단어는 더 늦게 돌아옵니다. 소리로 다시 만나는 것도 읽는 것만큼 중요합니다. 애초에 그 단어를 소리로 만났고, 다음에 만날 때도 소리일 테니까요. 검색보다 둘러보는 쪽이 편하다면 단어 탐색기에 2만 9천 개가 넘는 영어 단어가 뜻과 발음기호, 음성과 함께 들어 있습니다.
결론은 간단하지만 확률을 바꿔 놓습니다. 영어 철자가 영어 소리의 기록으로서 부실하다는 건 다들 압니다. 그런데 그 부실함이 고르게 퍼져 있지 않습니다. 강세 없는 모음은 증거로서 거의 값이 없고, 강세 있는 자음은 꽤 믿을 만합니다. 믿을 만한 쪽으로 검색하고 나머지는 빈칸으로 두면, 철자를 모르는 단어가 못 찾는 단어이기를 멈춥니다.
App Store에서 보캐비로 영어 단어 공부하기자주 묻는 질문
- 철자를 모르는데 어떻게 사전에서 찾나요?
- 첫소리가 아니라 강세 음절에서 출발합니다. 확실히 들린 자음을 적고, 그 소리가 영어에서 쓰이는 철자 후보로 펼친 다음, 단어 중간까지 검색해 주는 사전에서 그 조각을 찾습니다. 강세 없는 모음은 철자 정보를 거의 담고 있지 않으니 빈칸으로 두는 편이 낫습니다.
- 첫 글자를 왜 그렇게 자주 틀리나요?
- 두 가지 이유가 겹칩니다. 영어에는 강세 없는 음절로 시작하는 단어가 아주 많고, 그 모음은 전부 중성적인 소리 하나로 뭉개집니다. 게다가 knee, wrist, gnome, psalm, pneumonia, mnemonic처럼 첫 글자가 아예 발음되지 않는 단어들이 따로 있습니다.
- 단어 중간만 들었으면 어떻게 하나요?
- 중간을 그대로 검색하면 됩니다. 대부분의 사전 검색창은 단어 앞부분부터 일치시키기 때문에 이럴 때 쓸모가 없습니다. 와일드카드를 지원하는 사전이나, 단어 아무 위치나 일치시키는 앱을 쓰면 찾힙니다. 보캐비 검색은 표제어의 어느 부분이든 일치시켜서 phem만 쳐도 ephemeral이 나옵니다.
이어서 읽기
쉐도잉, 정말 단어 기억에 도움이 될까
쉐도잉은 보통 발음 교정법으로 소개됩니다. 그런데 기억 연구가 가리키는 쓸모는 좀 다른 곳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 효과를 통째로 날려버리는 흔한 실수가 하나 있습니다.
영어 숫자가 안 들리는 건 자릿수 때문입니다
130,000을 듣고 '십삼만'이 떠오르기까지 한 박자가 걸립니다. 어휘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한국어는 만 단위로, 영어는 천 단위로 끊기 때문입니다. 쉼표를 따라 읽는 습관 하나로 대부분 해결됩니다.
영어 발음기호 읽는 법, 한글로 적으면 놓치는 것
strike는 1음절인데 스트라이크로 적으면 5음절이 됩니다. 한글 표기는 편하지만 음절 수, 없는 자음, 강세를 한꺼번에 버립니다. 한국어 화자가 실제로 알아야 할 발음기호만 골라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