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자신문에서 본문은 읽히는데 제목에서 막힌다면, 그건 어휘력 문제라기보다 헤드라인이 다른 규칙으로 쓰였기 때문입니다. 관사와 be동사를 빼고, 지난 일도 현재형으로 적고, 자리가 좁으니 짧은 동사를 골라 씁니다. 규칙은 몇 개 안 되고 단어도 스무 개 남짓입니다.
제목은 문장이 아니라 압축된 문장입니다
헤드라인에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영어권에서는 이 문체를 headlinese라고 부릅니다. 농담 섞인 이름이지만 가리키는 건 분명합니다. 지면의 폭이 정해져 있으니 그 안에 들어가려고 문법과 어휘를 함께 깎아낸 결과물입니다.
깎이는 순서가 정해져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뜻을 옮기는 데 가장 덜 기여하는 것부터 사라집니다. 관사가 먼저 나가고, be동사가 그다음이고, 그래도 길면 동사를 짧은 것으로 바꿉니다.
그래서 제목을 읽을 때 필요한 건 단어를 더 아는 게 아니라 빠진 자리를 복원하는 습관입니다. Cambridge의 문법 설명도 헤드라인을 따로 항목으로 두고 이 생략들을 먼저 다룹니다.
관사와 be동사가 사라집니다
가장 먼저 빠지는 게 a, an, the입니다. “Man arrested at airport”에서 a와 the를 되돌리면 “A man was arrested at the airport”가 됩니다.
be동사도 같이 나갑니다. 위 문장의 was가 그것이고, 이게 빠지면 남는 건 과거분사뿐입니다. 그래서 arrested만 덩그러니 보이면 수동태라고 읽으면 대체로 맞습니다.
한국어 독자에게 이 조합이 유독 걸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어 제목은 조사를 빼도 어순이 남아서 뼈대가 보이는데, 영어는 관사와 be동사가 빠지면 명사인지 동사인지부터 흔들립니다. arrested가 동사인지 분사인지, 앞의 man이 주어인지 목적어인지가 한 번에 안 잡히는 거죠.
같은 이유로 한 제목이 두 가지로 읽히는 일도 생깁니다. “Police shot man”은 경찰이 쐈다는 뜻이지만, “Police shot”만 놓고 보면 경찰이 총에 맞았다는 읽기도 문법적으로는 가능합니다. 읽는 쪽에서 쓸 만한 요령은 이겁니다. 제목이 이상하게 읽히면 모르는 단어가 있어서가 아니라 생략된 자리를 잘못 채웠을 가능성을 먼저 의심하는 겁니다. 대개 그쪽이 맞습니다.
지난 일도 현재형으로 씁니다
어제 일어난 일도 제목에서는 현재형입니다. “Fire destroys factory”는 불이 지금 나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어제 났다는 뜻입니다.
이유는 문법이 아니라 편집입니다. 현재형이 사건을 눈앞의 일처럼 보이게 하고, 덤으로 destroyed보다 두 글자 짧습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은 to부정사로 적습니다. “President to visit Japan”은 방문 예정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서도 will이 통째로 빠져 있습니다. 이 두 가지만 알아도 제목의 시간대는 거의 다 읽힙니다.
짧은 동사가 이기는 자리
여기가 어휘 문제로 넘어오는 지점입니다. 뜻이 같으면 짧은 쪽이 이깁니다. 그래서 일상 대화에서는 잘 안 쓰는 동사들이 제목에는 매일 나옵니다.
| 헤드라인 | 일상 표현 | 뜻 |
|---|---|---|
| slam | criticize | 강하게 비판하다 |
| vow | promise | 공언하다 |
| mull | consider | 검토하다 |
| eye | consider, target | 노리다, 저울질하다 |
| bid | attempt | 시도 |
| axe | cut, cancel | 없애다, 잘라내다 |
| probe | investigate | 조사하다 |
| hail | praise | 극찬하다 |
| spark | trigger | 촉발하다 |
| dub | name, call | 이름 붙이다 |
이 표가 이 글에서 제일 실용적인 부분입니다. 왼쪽 열은 지면에서 매일 보게 되고, 오른쪽 열은 실제로 말할 때 쓰는 쪽입니다.
왜 하필 이 단어들인지도 규칙이 있습니다. 대부분 한 음절이고, 과거형으로 바꿔도 길이가 거의 안 늘고, 명사로도 쓸 수 있습니다. bid와 probe가 특히 그런데, “Police probe”는 경찰이 조사한다는 뜻도 되고 경찰 조사라는 명사구도 됩니다. 편집자 입장에서는 한 단어로 두 자리를 메울 수 있으니 선호할 이유가 충분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이 단어들이 짧은 건 우연이 아니라 선발 기준이었습니다. 그래서 목록이 잘 안 늘어나고, 한 번 외워두면 오래 씁니다.
뜻이 어긋나서 오독하게 되는 것들
문제는 이 중 몇 개가 일상 뜻을 이미 갖고 있다는 겁니다. 아는 뜻으로 읽으면 문장이 엉뚱해집니다.
- eye 눈이 아니라 “고려하다, 노리다”입니다. “Samsung eyes new plant”는 공장을 쳐다본 게 아니라 지으려고 검토 중이라는 뜻입니다
- bid 입찰이라는 뜻으로 먼저 배우지만 제목에서는 대개 “시도”입니다. “in a bid to cut costs”는 비용을 줄이려는 시도라는 뜻이고 입찰과 무관합니다
- axe 도끼가 아니라 없애는 것입니다. 예산이나 일자리에 붙습니다
- dub 더빙이 아니라 이름을 붙이는 것입니다
이 넷은 사전을 찾아도 헤드라인 뜻이 앞쪽에 안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아는 뜻으로 밀고 나가다 문장을 통째로 잘못 읽기 쉽습니다. 저는 bid를 한동안 입찰로만 알고 있어서, 기업 기사에 나올 때마다 무슨 입찰인가 하고 앞뒤를 다시 읽곤 했습니다. 다의어를 뜻 하나로 저장했을 때 생기는 문제와 같은 모양인데, 그 얘기는 영어 다의어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한국어 자료를 찾아보면 eye를 “see eye to eye(의견이 일치하다)“로 설명해 둔 것이 종종 보이는데, 그건 별개의 관용구고 헤드라인의 eye와는 다릅니다.
명사를 줄줄이 붙이는 구조
또 하나 걸리는 게 명사만 이어 붙인 제목입니다. “Police probe bank fraud claim” 같은 것이죠.
읽는 요령은 뒤에서부터입니다. claim이 중심이고, 그 앞의 명사들이 차례로 앞엣것을 꾸밉니다. 은행 사기 의혹에 대한 주장, 그것을 경찰이 조사한다는 뜻입니다.
영어는 명사가 명사를 꾸미는 게 자유로워서 이런 압축이 가능합니다. 한국어로 옮기면 “은행 사기 의혹 주장”처럼 비슷한 모양이 나오니, 구조 자체가 낯설다기보다 어디서 끊어야 할지가 안 보이는 게 진짜 문제입니다.
끊는 자리를 잡는 실마리는 동사입니다. 위 제목에서 probe가 동사라는 걸 잡으면 police가 주어로 확정되고, 남은 세 단어가 통째로 목적어가 됩니다. 그래서 명사가 네댓 개 이어진 제목을 만나면 먼저 동사를 찾고, 그 앞을 주어로, 뒤를 목적어 덩어리로 자르면 대개 맞습니다.
어려운 경우는 동사 자리 후보가 둘일 때입니다. probe도 shot도 명사와 동사 양쪽으로 읽히니까요. 그럴 때는 뒤에서부터 읽어 중심 명사를 먼저 확정하는 쪽이 안전합니다.
콜론과 콤마에도 뜻이 있습니다
문장부호가 단어를 대신하는 자리가 있습니다.
- 콜론은 발언을 표시합니다. “Minister: reform will continue”는 장관이 그렇게 말했다는 뜻이고, said가 콜론으로 바뀐 것입니다
- 콤마는 and를 대신하기도 합니다. “Japan, Korea agree on talks”의 콤마가 그렇습니다
- 인용부호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라는 표시로 자주 쓰입니다. 신문이 거리를 두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마지막 항목은 어휘라기보다 읽기 태도에 가까운데, 알아두면 제목의 온도가 다르게 보입니다.
어떻게 익히면 되나
개수가 적어서 방법도 단순합니다.
- 위 표의 왼쪽 열부터 외웁니다. 스무 개가 안 됩니다
- 제목을 만나면 빠진 것부터 되돌립니다. 관사, be동사, will 순서로요
- 일주일만 제목만 읽어 봅니다. 본문은 건너뛰고 헤드라인만 훑으면 같은 동사가 계속 돌아온다는 게 보입니다
- 일상에서 쓸 단어와 구분해 둡니다. eye나 axe를 회화에서 쓰면 어색합니다
3번이 생각보다 효율이 좋습니다. 뉴스 앱에서 목록 화면만 봐도 하루에 제목 수십 개를 지나치게 되는데, 그게 그대로 반복 노출이 됩니다. 읽기로 어휘를 늘리는 방법 전반은 읽기로 영어 단어 늘리기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한 문장으로 연습해 보면 감이 옵니다. “Firm eyes plant closure in bid to axe costs”를 규칙대로 풀면 이렇게 됩니다. eyes는 동사이고 뜻은 검토한다는 것, plant closure는 공장 폐쇄라는 명사 덩어리, in a bid to에서 a가 빠졌고 뜻은 시도, axe는 없앤다는 뜻입니다. 복원하면 “A firm is considering closing a plant in an attempt to cut costs”가 됩니다.
원문 아홉 단어가 복원하면 열네 단어입니다. 제목이 어려운 게 아니라 다섯 단어어치가 접혀 있었던 셈이고, 접힌 자리가 매번 같은 자리라 익숙해지면 펴는 데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소리는 따로 챙겨야 합니다
이 단어들에는 함정이 하나 더 있습니다. 지면에서만 만나면 발음을 모르는 채로 뜻만 알게 됩니다.
vow가 [vaʊ]인지 [voʊ]인지, dub의 모음이 무엇인지 같은 것은 글자만 봐서는 안 나옵니다. 그래서 나중에 뉴스 방송에서 같은 단어가 나와도 못 알아듣습니다. 읽어서 익힌 단어에서 자주 벌어지는 일입니다.
보캐비는 29,000개가 넘는 단어에 발음기호와 원어민 음성을 함께 붙여 두었습니다. 눈으로 익힌 단어를 귀로도 한 번 확인해 두면 이 간극이 줄어듭니다. 단어 페이지는 단어 목록에서 볼 수 있습니다.
헤드라인은 배우는 데 드는 품에 비해 돌려받는 게 큰 편입니다. 규칙 몇 개와 단어 스무 개를 넘기고 나면, 그동안 건너뛰던 줄이 읽히기 시작합니다.
App Store에서 Vocaby 받기자주 묻는 질문
- 헤드라인 영어를 따로 외울 가치가 있나요?
- 영어 뉴스를 정기적으로 읽을 생각이라면 있습니다. 개수가 스무 개 남짓으로 적고 반복 빈도가 아주 높아서, 한 번 익히면 제목을 건너뛰지 않고 읽게 됩니다. 뉴스를 안 읽으신다면 우선순위는 낮습니다.
- 헤드라인에 나오는 뜻이 일상 대화에서도 통하나요?
- 단어마다 다릅니다. slam이나 vow는 일상에서도 같은 뜻으로 쓰이지만, eye를 '고려하다'로 쓰거나 axe를 '없애다'로 쓰는 건 거의 지면 안에서만 통합니다. 말할 때 그대로 쓰면 어색하게 들립니다.
- 제목에 be동사가 없으면 시제를 어떻게 아나요?
- 대개 문맥으로 갑니다. 과거분사만 있으면 수동태에서 be가 빠진 것이고, to부정사가 있으면 앞으로 일어날 일입니다. 규칙 자체는 단순한데,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한 박자 걸립니다.
이어서 읽기
영어가 두 번 빌려온 단어들
frail과 fragile은 같은 라틴어 한 단어입니다. 600년 간격을 두고 두 번 들어왔을 뿐입니다. 영어에는 이런 쌍이 꽤 많고, 둘은 거의 언제나 바꿔 쓸 수 없습니다.
영어 단어 두문자어 유래설, 대부분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posh는 Port Out Starboard Home이 아니고 tip은 To Insure Promptness가 아닙니다. 개별 반박보다 쓸모 있는 건 그 밑에 있는 규칙입니다. 다음에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찾아보지 않고도 판단할 수 있게 해 주니까요.
영어 철자 함정은 생각보다 규칙적입니다
accommodate, separate, occurrence, supersede. 사람들이 가장 많이 틀리는 철자는 무작위가 아니고, 특히 겹자음은 임의로 붙은 게 아닙니다. 대부분 라틴어 접두사가 어근과 부딪힌 자리라, 외우는 대신 유도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