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이메일이 어색한 이유는 단어를 몰라서가 아닙니다. 한국어 이메일의 관습을 그대로 영어로 옮기기 때문입니다. 정중하게 쓰려고 넣은 표현이 영어에서는 과하거나, 딱딱하거나, 아예 뜻이 안 통합니다. 바꿔야 할 건 어휘가 아니라 습관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는 영어에 없습니다
가장 많이 막히는 자리입니다. 사전을 뒤지면 Thank you for your hard work 같은 문장이 나오는데, 실제 업무 메일에서 이 문장을 받으면 상대는 조금 당황합니다. 영어권에서 이 말은 뭔가 대단히 고생한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나 나오지, 매일 주고받는 메일의 인사가 아닙니다.
한국어의 수고하셨습니다는 사실 인사말에 가깝고 내용이 거의 없습니다. 영어에서 그 자리를 채우는 건 인사가 아니라 구체적인 감사입니다.
- 자료를 받았으면
Thanks for sending this over. - 일정을 조정해 줬으면
Thanks for being flexible on the timing. - 회의가 끝났으면
Thanks for the time today.
공통점은 무엇에 대한 감사인지를 밝힌다는 점입니다. 빈 인사보다 짧은 사실 하나가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방향도 다릅니다. 한국어의 고생하셨습니다는 위아래 없이 씁니다. 영어의 Good job이나 Well done은 대체로 위에서 아래로 갑니다. 상사에게 쓰면 평가하는 사람처럼 들리니 그 자리에는 감사 쪽을 쓰세요. Thanks for pulling that together. 는 누구에게 써도 안전합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는 그대로 옮기면 명령이 됩니다
Please confirm은 문법적으로 맞지만 온도가 낮습니다. 명령문에 please를 붙인 형태라, 상대에 따라서는 재촉으로 읽힙니다. 한국어의 부탁드립니다에 담긴 완충 장치가 please 하나로는 옮겨지지 않습니다.
영어는 완충을 의문문으로 만듭니다.
| 한국어 | 그대로 옮긴 영어 | 실제로 쓰는 영어 |
|---|---|---|
| 확인 부탁드립니다 | Please confirm. | Could you take a look when you get a chance? |
| 회신 부탁드립니다 | Please reply. | Let me know what you think. |
| 검토 부탁드립니다 | Please review. | Would you mind reviewing this? |
| 참고 부탁드립니다 | Please refer to this. | Just so you have it, here is the file. |
| 전달 부탁드립니다 | Please deliver. | Could you pass this along to the team? |
오른쪽 칸이 왼쪽보다 길다는 점을 보세요. 영어의 정중함은 짧고 격식 있는 단어가 아니라 문장을 한 겹 돌려서 만들어집니다. 짧게 쓸수록 정중해지는 한국어와 방향이 반대입니다.
죄송합니다를 너무 자주 씁니다
한국어 메일에서 죄송하지만은 요청을 부드럽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영어로 옮겨 매번 I’m sorry를 붙이면 실제로 잘못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사과가 반복되면 상대는 무슨 문제가 있나 하고 앞 메일을 다시 읽습니다.
- 늦게 답할 때는
Sorry for the slow reply.정도면 충분하고, 한 번이면 됩니다. - 부탁을 얹을 때는 사과 대신
One more thing:이나Quick question:으로 엽니다. - 상대 잘못을 지적할 때는 사과를 붙이지 마세요.
I think there may be a mix-up on the invoice.처럼 사실만 씁니다.
영어 업무 메일에서 사과는 실제 잘못에만 씁니다. 윤활유로 쓰는 순간 의미가 희석되고, 정작 사과해야 할 때 무게가 없습니다.
요청은 겸양이 아니라 구체성으로 부드러워집니다
한국어는 요청 앞에 완충을 쌓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번거로우시겠지만, 염치없지만. 영어에서 같은 자리를 채우는 것은 언제까지, 무엇을, 얼마나입니다.
If it's not too much trouble, could you possibly help me with the report? 는 공손해 보이지만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무엇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가 없습니다. Could you send me the Q3 numbers by Thursday? 가 훨씬 정중하게 읽힙니다. 상대의 시간을 덜 쓰기 때문입니다.
마감이 있으면 반드시 적으세요. 한국어에서는 마감을 못 박는 게 부담을 주는 행위처럼 느껴지지만, 영어 업무 메일에서는 마감이 없는 요청이 오히려 무례합니다. 언제까지인지 모르면 상대가 우선순위를 정할 수 없습니다.
조동사도 눈금이 있습니다. Can you는 사내에서 편하게 쓰는 쪽, Could you가 기본값, Would you mind가 한 단계 위입니다. 여기서 흔한 실수가 셋을 겹쳐 쓰는 것입니다. Would it be possible for you to possibly send... 같은 문장은 공손해지는 게 아니라 자신 없어 보입니다. 완충은 한 겹이면 충분하고, 그다음부터는 오히려 상대를 피곤하게 만듭니다.
제목, 첫 줄, 끝 줄만 바꿔도 절반은 해결됩니다
메일 전체를 다시 쓸 필요는 없습니다. 어색함은 대부분 처음과 끝에 몰려 있습니다.
제목부터 보겠습니다. 한국 회사 메일에는 [공유], [요청], [긴급] 같은 말머리가 흔한데, 영어권에서는 대괄호 태그를 잘 안 씁니다. 대신 제목 자체가 요청이 됩니다. [요청] 3분기 자료 대신 Q3 numbers - need by Thursday처럼 씁니다. 무엇을 언제까지인지가 제목에서 끝나면 상대가 열어 보기 전에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습니다.
Action needed: 나 FYI: 정도는 실제로 쓰이는 접두어입니다. 다만 FYI를 붙였으면 본문에서 요청을 하지 마세요. 그건 읽는 사람과의 약속을 깨는 셈입니다.
- 첫 줄 —
I hope this email finds you well.은 이제 거의 형식어라 안 써도 됩니다. 바로 용건으로 들어가거나Hope your week is going well.정도로 짧게 엽니다. - 끝 줄 —
Thank you for your consideration.은 지원서에나 어울립니다. 사내 메일이면Thanks!나Let me know if anything is unclear.로 닫습니다. - 서명 앞 — Best regards가 가장 무난합니다. Sincerely는 격식이 한 단계 위라 처음 연락하는 외부 상대에 어울립니다.
용건이 하나면 메일도 짧아야 합니다. 영어권 업무 메일에서 짧은 건 무례가 아니라 배려입니다.
통째로 외워야 하는 표현들
이 영역은 단어를 조합해서 만들면 실패합니다. 문법은 맞는데 아무도 그렇게 안 쓰는 문장이 나옵니다. 아래는 덩어리째 외워 두면 바로 쓰는 것들입니다.
Just following up on my last email.— 재촉하지 않으면서 다시 묻는 표준 문장입니다.Circling back on this.— 위와 같은 뜻인데 조금 더 캐주얼합니다.Let me know if that works for you.— 일정이나 제안을 던진 뒤 닫는 말입니다.I'll keep you posted.— 진행 상황을 계속 알리겠다는 뜻입니다.Looping in Sarah.— 참조에 사람을 추가할 때 씁니다. 이 자리에 adding은 어색합니다.For visibility.— 참조로만 보낸다는 표시입니다. 행동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덩어리로 외우는 게 왜 유리한지는 영어 연어(collocation) 정리에서 더 다뤘습니다.
마지막 두 개는 참조 관습과 붙어 있어서 따로 설명이 필요합니다. 한국 회사에서는 관련자를 넉넉히 참조에 넣는 편이지만, 영어권에서 CC는 읽어 두라는 뜻이지 일을 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래서 참조에 넣은 사람에게 뭘 시키고 싶으면 본문에서 이름을 불러 줘야 합니다. Sarah, could you confirm the date? 처럼 한 줄 넣지 않으면 그 사람은 자기 일이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반대로 정말 알려만 주려는 거라면 For visibility. 한 줄이 그 신호가 됩니다.
받는 사람과 참조를 나누는 기준도 여기서 나옵니다. To에 있으면 답을 해야 하는 사람이고, CC에 있으면 안 해도 되는 사람입니다. 이게 지켜지면 메일이 짧아집니다.
격식의 눈금은 상대가 정합니다
같은 내용도 상대에 따라 온도를 바꿔야 합니다. 기준은 간단합니다. 상대가 쓰는 만큼만 씁니다.
상대가 Hi로 열고 Thanks로 닫으면 나도 그렇게 합니다. 상대가 Dear를 쓰고 Kind regards로 닫으면 나도 맞춥니다. 혼자 격식을 올리면 거리를 두는 것처럼 보이고, 혼자 내리면 가벼워 보입니다. 이 조정은 어휘력이 아니라 관찰의 문제입니다. 격식 단계별 어휘 차이는 격식체와 일상체 영어 단어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글로만 외우면 회의에서 안 나옵니다
이메일 표현의 상당수는 회의에서도 그대로 씁니다. Just following up, let me know if that works, I’ll keep you posted 전부 말로 하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눈으로만 외워 두면 정작 입에서는 안 나옵니다. 소리로 저장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표현을 외울 때 한 번은 소리 내어 읽어 두는 편이 좋습니다. 보캐비는 29,000개가 넘는 단어마다 발음기호와 오디오를 같이 두고, FSRS 간격 반복으로 잊을 때쯤 다시 꺼내 줍니다. 단어별 페이지는 보캐비 단어 목록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정리
영어 이메일에서 고쳐야 할 건 어휘가 아니라 세 가지 습관입니다. 빈 인사 대신 구체적인 감사, 겸양 대신 마감과 범위, 그리고 상대가 정한 격식에 맞추기. 표현 몇 개를 덩어리로 외워 두면 나머지는 따라옵니다.
말로도 나오게 하려면 소리까지 같이 넣어 두세요. App Store에서 보캐비 받기
자주 묻는 질문
- 영어 이메일에 Dear를 꼭 써야 하나요?
- 사내 메일이나 이미 몇 번 주고받은 상대에게는 Hi 이름 한 줄이면 충분합니다. Dear는 처음 연락하는 외부 상대나 지원서, 공식 문서에 어울립니다. 한국 회사에서 배운 습관대로 매번 Dear를 붙이면 사내 메일에서는 오히려 거리를 두는 느낌이 됩니다. 상대가 어떻게 쓰는지 보고 맞추는 게 가장 안전합니다.
- 이름 뒤에 직함을 붙여야 하나요?
- 영어권 회사 대부분은 이름만 부릅니다. Hi Sarah가 기본이고, Dear Manager Kim처럼 직함을 붙이면 어색합니다. 한국어에서 김 팀장님이 자연스러운 것과 정반대라 처음에는 불편하지만, 직함을 붙이는 쪽이 오히려 실수로 읽힙니다. 상대가 서명에 쓰는 이름을 그대로 따라 쓰면 됩니다.
- 표현을 통째로 외워도 되나요?
- 이메일 표현은 오히려 통째로 외우는 게 맞습니다. 단어를 조합해서 만들면 문법은 맞는데 아무도 안 쓰는 문장이 나오기 쉽습니다. 다만 덩어리로 외울 때도 소리를 같이 넣어 두세요. 회의에서 같은 표현을 말로 써야 할 때 글자로만 외운 것은 입에서 안 나옵니다.
이어서 읽기
자주 쓰는 영어 관용구(idiom), 뜻과 안 까먹게 외우는 법
관용구는 '단어만 외우면 된다'는 공부법이 무너지는 지점이에요. 자주 쓰는 영어 관용구를 뜻과 예문으로 정리하고, 왜 이렇게 안 외워지는지, 그리고 진짜로 머릿속에 남기는 법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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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요리 동사, 굽다 하나가 여섯 개로 갈립니다
bake, roast, grill, broil, sear, toast. 한국어로는 전부 굽다입니다. 영어 요리 동사가 어려운 건 개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한국어와 영어가 열을 다른 자리에서 나누기 때문입니다. 나누는 기준을 알면 외울 양이 줄어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