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 학습 팁

복습이 밀렸을 때, 하루에 다 치우면 안 되는 이유

Vocaby Team 6 분 분량
retain 단어와 발음기호가 들어간 보캐비 단어 카드

간격 반복 앱을 며칠 안 켜면 복습 카드가 한꺼번에 쌓입니다. 이때 하루 날 잡고 전부 밀어버리는 게 가장 흔한 대처인데, 그렇게 하면 그날 정답률이 무너지고 그 결과가 다시 일정에 반영돼서 다음 주가 더 나빠집니다. 나눠서 처리하는 쪽이 빠릅니다.

며칠 쉬었을 뿐인데 왜 이렇게 쌓이나

간격 반복은 잘 외운 카드일수록 다음 복습을 멀리 밀어 둡니다. 3일 뒤, 10일 뒤, 한 달 뒤 하는 식으로요. 평소에는 이게 하루치 부담을 얇게 펴 주는 장치입니다.

문제는 쉬는 동안에도 그 만기일들이 계속 지나간다는 겁니다. 열흘을 안 켜면 그 열흘 안에 만기가 걸려 있던 카드가 전부 한 지점에 모입니다. 하루치가 열 번 쌓인 게 아니라, 서로 다른 날짜에 흩어져 있던 것들이 한 화면으로 접혀 버린 거죠.

숫자로 보면 더 분명합니다. 하루에 새 단어를 20개씩 2주 넣었다고 해 봅시다. 새로 들어온 건 280개인데, 그 각각이 그 사이에 두세 번씩 복습으로 돌아옵니다. 평소 하루 복습이 40~60장쯤 되는 상태가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여기서 열흘을 쉬면 그 열흘치가 겹쳐서 300장 언저리가 되는 거고요.

그래서 그 숫자는 내가 얼마나 게을렀는지를 재는 눈금이라기보다 접힌 달력에 가깝습니다. 저는 이걸 한동안 성적표로 읽었고, 그때마다 앱을 지우고 싶어졌습니다.

하루에 다 치우면 생기는 일

몰아서 하면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납니다.

첫째, 후반부 정답률이 떨어집니다. 200장째쯤 되면 판단이 흐려지고, 알던 단어도 틀리기 시작합니다. 둘째, 그 틀린 결과가 그냥 사라지지 않고 알고리즘에 그대로 들어갑니다. 피곤해서 틀린 카드와 진짜 모르는 카드를 앱은 구별하지 못하니까요.

결과는 다음 주에 옵니다. 지쳐서 틀린 카드들이 전부 짧은 간격으로 되돌아와서, 밀린 걸 겨우 치운 사람 앞에 새 더미가 다시 생깁니다. 그러니까 하루를 갈아 넣어서 산 건 해결이 아니라 한 주 뒤의 같은 상황입니다.

틀린 카드에 붙는 벌칙이 생각보다 무겁다는 것도 알아둘 만합니다. 간격 반복은 한 번 틀리면 그 카드의 간격을 크게 줄입니다. 한 달 뒤로 잡혀 있던 카드가 하루 뒤로 돌아오는 식이죠. 몰아치기로 스무 장을 지쳐서 틀리면 그 스무 장이 전부 짧은 주기로 재편성되고, 그 효과는 며칠이 아니라 몇 주에 걸쳐 나타납니다.

여기에 체감상의 문제가 하나 더 붙습니다. 300장을 두 시간 동안 넘기고 나면 그 세션 자체가 벌처럼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면 다음에 며칠 밀렸을 때 앱을 켜기가 더 싫어집니다. 밀림이 습관이 되는 경로가 대체로 이겁니다.

며칠에 걸쳐 나눠 하는 법

실제 순서는 단순합니다.

  • 오늘 할 양을 먼저 정합니다. 평소 하루치의 1.5배 정도가 적당합니다. 평소 40장이면 60장 언저리요
  • 정한 만큼만 하고 닫습니다. 남은 숫자가 보여도 그냥 둡니다. 이게 제일 어려운 단계입니다
  • 새 단어는 멈춥니다. 밀린 게 절반 이하로 줄 때까지요
  • 매일 켭니다. 양보다 연속성이 중요한 구간입니다. 20장이라도 매일이 낫습니다

1.5배라는 숫자에 특별한 근거가 있는 건 아니고, 지치지 않으면서도 잔고가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이는 선이라 그렇습니다. 평소 하루치와 같게 하면 밀린 양이 그대로 유지되고, 3배로 잡으면 이틀째에 안 켜게 됩니다.

이렇게 하면 대개 사나흘에서 일주일이면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하루에 끝내는 것보다 느려 보이지만, 몰아치기 뒤에 오는 재적체까지 계산하면 실제로는 이쪽이 짧습니다.

컨디션이 나쁜 날은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이 따라오는데, 그런 날은 양을 반으로 줄이더라도 켜는 쪽이 낫습니다. 완전히 건너뛰면 다음 날 잔고가 늘어 있고, 늘어난 잔고를 보는 것만으로 그다음 날도 건너뛰게 됩니다. 처음에 밀리게 만든 고리가 정확히 이 모양이었을 겁니다.

밀린 카드는 어떤 순서로 볼까

양을 정했으면 다음 질문은 순서입니다. 여기서 갈리는 선택지가 둘 있습니다.

앱이 주는 순서대로 가는 쪽이 기본값이고, 대개 이게 맞습니다. 간격 반복 알고리즘은 만기가 오래 지난 카드를 앞에 두는 편인데, 오래 지난 카드일수록 잊혔을 확률이 높으니 먼저 만나는 게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직접 고르고 싶다면 기준은 하나입니다. 어려운 카드를 앞쪽에 두세요. 세션 후반에는 판단이 흐려지는데, 그 상태에서 어려운 카드를 만나면 실제 실력보다 나쁘게 채점되고 그 결과가 일정에 남습니다. 쉬운 카드는 지친 상태에서도 대체로 맞힙니다.

반대로 하지 말아야 할 건 쉬운 것부터 훑어서 숫자를 빨리 줄이는 방식입니다. 기분은 좋지만 어려운 것만 남은 채로 지친 상태를 만나게 됩니다.

새 단어를 멈추는 게 진짜 지렛대입니다

밀린 상황에서 사람들이 잘 안 건드리는 게 새 단어 유입입니다. 그런데 여기가 유일하게 내가 직접 조절할 수 있는 밸브입니다.

복습 카드는 과거의 내가 이미 예약해 둔 것이라 지금 줄일 방법이 없습니다. 반면 새 단어는 오늘 넣으면 며칠 뒤 복습으로 돌아옵니다. 밀린 상태에서 새 단어를 계속 넣는 건 지금 부담을 다음 주에 예약하는 일입니다.

보캐비에서는 하루에 들어오는 새 단어 개수를 설정에서 정할 수 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5개, 10개, 20개, 30개 중에 고르게 되는 그 값이고, 나중에 바꿀 수 있습니다. 밀렸을 때는 이걸 0에 가깝게 내려두고 복습만 돌리다가, 정리되면 원래대로 올리는 편이 낫습니다.

돌아온 직후 정답률이 떨어지는 건 정상입니다

쉬고 나서 처음 며칠은 정답률이 눈에 띄게 낮습니다. 이걸 보고 “그동안 한 게 다 날아갔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은데, 대체로 사실이 아닙니다.

대체로는 사라졌다기보다 꺼내는 속도가 느려진 상태입니다. 힌트를 조금만 봐도 바로 돌아오는 단어가 많다는 게 그 증거고, 완전히 처음 보는 단어를 만났을 때와는 체감이 확실히 다릅니다.

그리고 이 구간에서 틀린 카드는 알고리즘이 다시 짧은 간격으로 붙여 줍니다. 며칠 안에 몇 번 더 마주치게 되고, 그러면 대개 원래 자리로 돌아옵니다. 쉬면 왜 잊어버리는가에서 이 회복 구간을 따로 다뤘습니다.

리셋이 나은 경우도 있습니다

정직하게 말하면 전부 살릴 필요가 없는 상황도 있습니다.

쉰 기간권하는 쪽이유
며칠 ~ 2주나눠서 복구카드 대부분이 아직 살아 있음
3주 ~ 2개월복구하되 새 단어 완전 정지회복은 되지만 시간이 걸림
반년 이상덱을 새로 시작하는 것도 방법사실상 처음 보는 단어에 가까움

기준은 밀린 카드 수가 아니라 쉰 기간입니다. 300장이 밀렸어도 일주일 쉰 거라면 대부분 기억에 남아 있고, 50장이 밀렸어도 1년 만이면 남아 있는 게 거의 없습니다. 숫자가 아니라 시간을 보세요.

전부 아니면 전무로 볼 필요도 없습니다. 덱을 여러 개 쓰고 있다면 지금 실제로 필요한 덱만 살리고 나머지는 잠시 손대지 않는 선택도 있습니다. 시험이 코앞이면 시험 덱만 복구하고 취미로 모으던 단어는 시험 뒤에 다시 여는 식이요. 밀린 걸 한꺼번에 되살려야 한다는 규칙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애초에 덜 밀리게 만드는 쪽

복구법보다 나은 건 애초에 무너지지 않는 설정입니다.

가장 흔한 원인은 시작할 때 하루 목표를 너무 높게 잡은 것입니다. 하루 30개로 시작하면 2주 뒤 복습만 100장이 넘습니다. 그 상태에서 하루라도 빠지면 바로 밀립니다. 처음에 낮게 잡을수록 오래 갑니다. 하루에 몇 단어가 적당한지에서 그 계산을 따로 해 뒀습니다.

그리고 여행이나 시험처럼 며칠 못 할 걸 미리 알 때는, 그 전에 새 단어를 먼저 멈춰 두면 돌아왔을 때 쌓인 양이 눈에 띄게 줄어 있습니다.

보캐비에서 밀렸을 때

보캐비는 FSRS 간격 반복으로 카드마다 다음 복습 시점을 잡습니다. 그래서 위에 적은 구조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밀린 카드는 사라지지 않고 기다리고, 새 단어 개수는 설정에서 직접 줄일 수 있습니다.

덱 화면에서 오늘 복습할 카드 수를 보여주기 때문에 얼마나 밀렸는지는 바로 확인됩니다. 그 숫자는 오늘 채워야 할 목표라기보다 갚아 나가는 잔고에 가깝습니다. 오늘 다 갚을 필요는 없고, 매일 조금씩이면 며칠 안에 0이 됩니다. 단어 하나가 어떻게 정리돼 있는지는 단어 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한 가지만 덧붙이면, 이 글에서 제일 실천하기 어려운 줄은 ‘정한 만큼만 하고 닫는다’입니다. 남은 숫자가 화면에 보이는데 멈추는 게 사람 심리상 잘 안 됩니다. 그런데 그 한 줄이 나머지 전부를 결정합니다.

밀린 숫자가 크다고 그동안 한 게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접힌 달력을 며칠에 걸쳐 다시 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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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밀린 복습을 다 지우고 처음부터 다시 하면 안 되나요?
몇 달 단위로 손을 놓았다면 그게 더 빠를 수 있습니다. 다만 며칠에서 2~3주 정도라면 카드 대부분이 아직 살아 있어서 리셋은 손해입니다. 밀린 양이 아니라 쉰 기간을 기준으로 판단하세요.
밀린 걸 처리하는 동안 새 단어는 어떻게 하나요?
잠시 멈추는 게 맞습니다. 새 단어는 며칠 뒤에 다시 복습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밀린 상태에서 새로 넣으면 다음 주 부담을 지금 예약하는 셈이 됩니다. 밀린 게 줄어든 다음에 다시 열면 됩니다.
돌아왔더니 정답률이 확 떨어졌는데 헛한 건가요?
아닙니다. 쉰 뒤 첫 며칠은 원래 떨어집니다. 기억이 사라진 게 아니라 꺼내는 속도가 느려진 상태에 가깝고, 이 구간에서 틀린 카드는 다시 짧은 간격으로 돌아오니 며칠이면 회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