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 학습 팁

영단어 쓰면서 외우기, 보고 쓰면 철자만 남습니다

Vocaby Team 6 분 분량
mnemonic 단어와 발음기호가 들어간 보캐비 단어 카드

손으로 쓰면서 외우는 방법은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로 갈리지 않습니다. 보고 베끼느냐, 가리고 쓰느냐로 갈립니다. 보면서 옮겨 적으면 손만 움직이고 기억에는 철자 정도가 남습니다. 가리고 쓰면 그때부터는 인출 연습이라 뜻까지 남습니다. 같은 노트 한 장인데 결과가 다릅니다.

쓰면서 외우면 왜 공부한 느낌이 강할까

쓰기는 노동량이 눈에 보입니다. 한 시간 뒤에 노트 세 장이 남아 있으면 그날 공부한 증거가 손에 잡히죠. 반면 단어장을 가리고 떠올리는 30분은 아무것도 안 남깁니다. 맞힌 것과 틀린 것 몇 개가 머릿속에 흐릿하게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기억에 남는 양은 들인 시간이 아니라 꺼낸 횟수에 따라 붙습니다. 눈으로 보면서 옮겨 적는 동안에는 꺼내는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답이 계속 화면에 있으니까요.

이게 학습법 얘기에서 자주 나오는 착각입니다. 힘들고 오래 걸린 방법일수록 효과가 좋았다고 느끼는데, 실제로는 그 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시험 전날 노트를 다섯 장 채우고 다음 날 절반도 못 맞힌 적이 있습니다. 그날 부족했던 건 성실함이 아니라 방식이었습니다.

베껴 쓰기와 가리고 쓰기는 다른 일입니다

둘 다 “쓰면서 외우기”라고 부르지만, 하는 일이 완전히 다릅니다.

베껴 쓰기는 눈에서 손으로 가는 경로입니다. 글자 모양을 보고 그대로 옮기는 작업이라 뜻을 몰라도 됩니다. 실제로 딴생각을 하면서도 페이지를 채울 수 있습니다. 러시아어 단어를 뜻 모른 채로 옮겨 적어 보면 금방 확인됩니다. 손은 멀쩡히 굴러갑니다.

가리고 쓰기는 반대 방향입니다. 한국어 뜻이나 소리에서 출발해 철자를 조립해야 하니, 기억에서 뭔가를 꺼내지 않으면 한 글자도 못 씁니다. 이 꺼내는 동작이 기억을 붙잡아 두는 장치입니다. 왜 그런지는 인출 연습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여기서 덜 알려진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떠올리려다 실패한 시간도 버려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5초쯤 애쓰다가 못 떠올리고 답을 확인하면, 처음부터 답을 보고 시작했을 때보다 그 단어가 더 오래 남습니다. 못 꺼낸 순간에 이미 뇌가 그 단어를 찾아 헤맸고, 그다음에 본 정답이 그 자리에 꽂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쓰면서 외우는 게 효과 있나요”라는 질문은 답이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마다 다른 걸 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래도 철자는 확실히 남습니다

쓰기를 옹호할 수 있는 지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철자입니다.

철자는 알아보는 능력과 직접 쓰는 능력이 따로 놉니다. accommodate를 읽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다가 막상 쓰라고 하면 m이 하나인지 둘인지 멈칫하게 되는 게 그래서입니다. 눈으로만 익힌 단어는 대략적인 모양만 저장되고, 그 모양은 시험장에서 두 후보 사이를 왔다 갔다 합니다.

손으로 쓰면 순서가 통째로 몸에 남습니다. 어느 글자 다음에 무엇이 오는지를 손이 기억하는 쪽에 가깝고, 이건 눈으로 반복해서는 잘 안 생깁니다. 철자가 틀리는 데도 나름의 규칙이 있는데, 그 얘기는 자주 틀리는 철자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한국 학습자가 특히 자주 걸리는 자리는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separate의 가운데가 a인지 e인지, necessary에서 c와 s가 각각 몇 개인지, definitely 안에 finite가 들어 있다는 사실 같은 것들이죠. 이런 건 뜻을 아는 것과 무관하게 틀립니다. 뜻은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손으로 몇 번 써 보는 게 실제로 값을 하는 자리가 여기입니다.

그러니 라이팅이 있는 시험이나 서술형이 걸린 공부라면 쓰기를 빼지 마세요. 이 경우엔 쓰기가 우회로가 아니라 정확히 그 시험이 요구하는 동작입니다.

소리는 종이에 안 담깁니다

문제는 한국 학습자가 실제로 막히는 지점이 대개 철자가 아니라는 겁니다.

읽으면 아는데 들으면 안 들리는 상태, 이게 훨씬 흔합니다. 그리고 쓰기는 이 문제에 아무것도 해 주지 않습니다. 종이에는 소리가 없으니까요. comfortable을 스무 번 써도 그 단어가 실제로 세 음절로 뭉개져 발음된다는 사실은 알게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격차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철자를 손에 익히는 동안 머릿속 발음이 철자를 그대로 따라가서, comfortable을 글자대로 읽는 버릇이 굳는 식이죠. Wednesday의 d나 iron의 r처럼 눈에는 보이는데 입에서는 사라지는 글자가 영어에는 꽤 많습니다. 이런 단어일수록 쓰기로 외운 형태와 실제 소리가 멀어집니다. 영어에서 철자와 소리가 왜 이렇게 어긋나는지는 영어는 왜 철자대로 발음되지 않을까에서 다뤘습니다.

결국 쓰기는 이미 강한 쪽을 더 강하게 만드는 셈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영어를 배운 사람은 대개 문자 쪽이 이미 충분히 강합니다.

방법별로 무엇이 남는지

같은 20분을 쓴다고 할 때 각 방법이 무엇을 남기는지 비교하면 이렇습니다.

방법철자뜻 인출발음20분당 단어 수
보면서 베껴 쓰기잘 남음거의 안 남음안 남음25~40개
가리고 손으로 쓰기잘 남음잘 남음안 남음20~30개
가리고 소리 내어 말하기안 남음잘 남음남음60~80개
눈으로 반복해서 읽기약간거의 안 남음안 남음80~120개

단어 수는 손 속도와 단어 길이에 따라 달라지니 대략의 감각으로만 보세요. 요점은 칸이 채워지는 모양입니다. 어느 방법도 세 열을 다 채우지 못합니다.

그래서 하나를 골라 계속 밀고 가는 것보다 두 개를 붙여 쓰는 편이 낫습니다. 가리고 소리 내어 말하기로 전체를 한 번 훑고, 거기서 틀린 것과 철자가 흔들리는 것만 손으로 쓰는 식이죠. 이러면 처리량은 말하기 쪽에 가깝게 유지되면서 철자 칸도 채워집니다. 표에서 눈으로 반복해 읽기의 처리량이 제일 높은데도 권할 만하지 않은 이유는, 그 칸이 빠른 대신 나머지가 거의 비어 있어서입니다.

몇 번 쓰는 게 적당한가

한 단어를 열 번씩 줄 세워 쓰는 방식은 세 번째쯤부터 의미가 없어집니다. 그 지점부터는 앞 글자를 보고 뒤를 잇는 손 운동이라, 다음 날 가리고 물어보면 처음 한 번 썼을 때와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같은 열 번을 쓸 거면 이렇게 쪼개는 편이 낫습니다. 오늘 두 번, 이틀 뒤 두 번, 일주일 뒤 한 번. 총량은 절반인데 남는 건 더 많습니다. 사이에 잊을 시간이 들어가야 꺼내는 일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학창 시절에 단어를 공책 한 줄씩 채워 쓰라고 시킨 숙제가 있었는데, 그게 잘 안 먹혔던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열 번이 하루 안에 다 들어가 있었으니까요.

한 번 더 강조하면, 중요한 건 횟수가 아니라 매번 답을 가렸느냐입니다. 답을 보면서 쓴 열 번은 답을 가리고 쓴 두 번을 못 이깁니다.

방향도 하나 정해 두는 게 좋습니다. 한국어 뜻을 보고 영어를 쓰는 쪽과, 영어를 보고 한국어 뜻을 쓰는 쪽은 난이도가 다릅니다. 앞쪽이 훨씬 어렵고, 실제로 말하거나 쓸 때 필요한 것도 앞쪽입니다. 뒤쪽만 반복하면 읽을 때는 편해지지만 정작 문장을 만들 차례에 단어가 안 나옵니다.

베껴 쓰기를 인출로 바꾸는 다섯 단계

노트를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순서만 바꾸면 됩니다.

  1. 한국어 뜻만 보고 영어 철자를 씁니다. 떠오르지 않으면 5초쯤 기다렸다가 확인합니다. 이 5초가 실제로 일하는 구간입니다
  2. 소리 내어 말하면서 씁니다. 손과 입을 같이 쓰면 종이가 못 담는 발음이 얹힙니다
  3. 틀린 것만 표시합니다. 다 맞은 단어를 다시 쓰는 건 시간 낭비입니다
  4. 표시한 단어는 문장으로 한 번 더 씁니다. 단어 하나만 쓰면 실제로 쓸 때 조립을 못 합니다
  5. 며칠 뒤에 표시된 것만 다시 봅니다. 여기서 또 맞으면 표시를 지웁니다

이 다섯 단계에서 늘어나는 시간은 1번의 5초뿐이고, 나머지는 오히려 줄어듭니다. 맞힌 단어를 반복하지 않게 되니까요.

손으로 쓸 시간이 없을 때

쓰기의 진짜 약점은 속도입니다. 위 표에서 봤듯 말하기와 비교하면 시간당 처리량이 3분의 1 수준입니다.

숫자를 넣어 보면 더 분명합니다. 시험이 2주 남았고 봐야 할 단어가 800개라고 해 봅시다. 한 단어를 가리고 손으로 쓰는 데 40초쯤 잡으면 한 바퀴에 9시간 가까이 걸립니다. 단어는 한 번 봐서는 안 남으니 최소 세 바퀴는 돌아야 하고, 그러면 27시간입니다. 하루 두 시간을 낸다고 해도 2주로는 모자랍니다. 성실함의 문제가 아니라 산수의 문제입니다.

그럴 때는 이렇게 나누면 됩니다. 철자를 직접 써야 하는 시험이면 헷갈리는 단어에만 쓰기를 쓰고, 나머지는 가리고 말하기로 돌립니다. 철자를 쓸 일이 없는 시험이면 쓰기를 아예 빼도 손해가 크지 않습니다.

판단은 시험이 내게 무엇을 시키느냐로 하면 됩니다. 보기에서 골라야 하는 시험이면 알아보는 연습을, 직접 써넣어야 하는 시험이면 쓰는 연습을 늘리는 쪽입니다.

소리와 간격은 따로 챙겨야 합니다

쓰기로 못 채우는 칸이 둘 있었습니다. 소리, 그리고 언제 다시 볼지입니다.

Vocaby는 29,000개가 넘는 단어에 발음기호와 원어민 음성을 함께 붙여 두었습니다. 철자만 손에 익고 소리는 비어 있는 상태를 줄이려는 이유에서요. 복습은 FSRS 간격 반복으로 돌아가서, 며칠 뒤에 다시 볼지를 직접 표시하고 관리하지 않아도 됩니다. 단어 페이지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단어 목록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쓰기를 하실 거라면 딱 하나만 바꿔 보세요. 영어 쪽을 손으로 가리고 시작하는 겁니다. 노트에 남는 글자 수는 같고, 다음 날 남는 단어 수는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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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그럼 쓰면서 외우는 건 하지 말아야 하나요?
아닙니다. 철자를 직접 써야 하는 시험을 준비한다면 쓰기가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다만 뜻을 외우려고 쓰는 거라면 보고 베끼는 방식은 효율이 낮습니다. 같은 시간에 가리고 떠올리는 쪽이 더 많이 남습니다.
한 단어를 몇 번씩 쓰는 게 좋나요?
연속으로 여러 번 쓰는 건 세 번째쯤부터 손만 움직입니다. 한 번 쓰고 가린 다음 다시 쓰는 식으로 두세 번, 그리고 며칠 뒤에 한 번 더가 낫습니다. 총 횟수보다 사이에 둔 간격이 결과를 만듭니다.
타이핑으로 대신해도 되나요?
뜻을 떠올리는 부분은 똑같이 됩니다. 다만 철자를 손으로 조립하는 감각은 덜 남고, 자동완성이 켜져 있으면 인출 자체가 사라집니다. 철자가 목적이면 손으로, 뜻과 사용이 목적이면 타이핑도 무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