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난이도는 그 단어에 붙어 있는 고정값이 아닙니다. 내가 이미 가진 것과 그 단어 사이의 거리이고, 그래서 같은 항목이 누구에게는 거의 공짜이고 누구에게는 비쌉니다. 응용언어학에서는 이걸 학습 부담이라고 부르는데, 대부분은 외우기 전에 미리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난이도는 성질이 아니라 관계입니다
한 장만 계속 돌아오고 옆에 있던 카드들은 다 졸업하는 경험, 누구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은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거나 하필 그 단어에서 기억이 말을 안 듣는다는 쪽입니다. 대개 둘 다 아닙니다. 그 단어가 옆 단어들보다 비싼 것이고, 비싸지는 이유는 몇 가지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쓸모 있는 개념이 학습 부담입니다. 학습자가 이미 아는 것을 감안했을 때 그 단어를 익히는 데 드는 노력의 양이라는 뜻입니다. 중요한 건 뒷부분입니다. 부담은 사전에 인쇄해 둘 수 있는 등급이 아니라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값입니다.
영어를 쓰는 사람이 스페인어를 배운다면 responsabilidad는 거의 공짜입니다. 형태가 짐작되고 뜻이 같고 문법도 예상대로 움직입니다. 같은 사람에게 ojalá는 비쌉니다. 모양이 낯설고 영어 친척이 없고 뜻이 영어 단어 하나에 깔끔하게 얹히지 않습니다. 두 단어 중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어려운 게 아니라, 학습자가 들고 온 것이 다를 뿐입니다.
가장 큰 할인은 모국어에서 나옵니다
모국어와 겹치는 부분은 싸고, 겹치는 범위는 생각보다 넓습니다.
제2언어 단어가 모국어 번역어와 비슷한 연상을 갖고 있으면 부담은 가볍습니다. 개념을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가진 개념에 이름표를 하나 더 붙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체감보다 훨씬 작은 작업이고, 동족어가 공부한 기억도 없이 어휘에 스며드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한국어 화자에게는 이 할인이 특이한 형태로 옵니다. 한국어에 영어 외래어가 워낙 많이 들어와 있어서 stress나 schedule 같은 단어는 형태가 이미 익숙한 상태로 도착합니다. 문제는 들어오면서 뜻이 조금 틀어진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형태는 공짜인데 뜻이 함정인 셈이고, 이건 아예 낯선 단어와는 다른 청구서라 처방도 다릅니다.
할인이 정확히 어디까지 적용되는지는 짚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양쪽으로 과장되기 쉬운 지점이라서요. 동족어는 형태와 대개 중심 뜻까지 줍니다. 격식이나 같이 붙어 다니는 말, 문법적 행동까지 주지는 않습니다. 프랑스어 demander와 영어 demand는 뜻이 겹치지만 세기가 다르고, 이 짝을 공짜로 여긴 학습자는 문법적으로는 맞는데 사회적으로 어긋난 문장을 씁니다.
그러니 정직한 정리는 이렇습니다. 모국어 중복은 부담의 구성 요소 한두 개를 지워 줄 뿐 전부를 지우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엄청난 할인이고, 다만 청구서 전체는 아닙니다.
구체어가 유리하지만, 단서가 붙습니다
구체성 효과는 실재하고 반복 확인된 결과입니다. 구체어가 추상어보다 빨리 학습되고 더 오래 남습니다. 설명은 보통 추상어에는 감각과 운동에 관한 세부가 없어서 붙들 데가 적다는 쪽입니다.
여기서 요약본이 자주 빠뜨리는 단서가 있습니다. 그 연구의 상당 부분은 모국어 습득을 다룹니다. 개념과 단어를 함께 만들어 가는 상황이라는 뜻입니다. 성인이 제2언어를 배울 때는 ‘정의’나 ‘앙금’에 해당하는 개념을 이미 갖고 있고 거기에 새 형태를 얹기만 하면 됩니다. 그래서 구체성의 이점이 제1언어에서와 제2언어에서 다르게 작동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내 카드 중 무엇이 실패할지 예측하는 데 이걸 단독으로 쓰지 않습니다. 여러 입력 중 하나로 두고, 아이 때만큼 크게 작용하지는 않는다고 보는 편이 낫습니다.
제2언어에서 이 효과가 실제로 물리는 자리는 뜻의 중심이 아니라 가장자리입니다. resentment가 무엇인지는 압니다. 모르는 건 어디까지가 resentment이고 어디부터는 그냥 짜증인지이고, 추상어일수록 그 경계가 흐립니다. 추상어의 처방이 정의 한 줄이 아니라 대조되는 예문 두 개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빠진 건 경계인데 정의는 경계가 아니라 중심을 그리기 때문입니다.
형태도 조용히 값을 매깁니다
단어 값의 일부는 뜻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 길이와 음절 수: 길수록 붙들고 있어야 할 형태가 많습니다
- 발음 가능성: 소리 낼 수 없는 단어는 음운적 손잡이가 없어서 글자 그림을 저장하게 됩니다
- 철자와 소리의 일치도: 둘이 어긋나면 사실상 형태를 두 개 외우는 셈입니다
- 품사: 학습 부담과 감쇠를 다룬 연구에서 품사와 길이가 모두 영향을 준다고 보고되며, 명사가 대체로 쌉니다
- 형태 투명성: 아는 조각으로 조립된 단어는 같은 길이의 불투명한 단어보다 쌉니다
발음 항목이 가장 바로 손댈 수 있고 가장 자주 건너뛰어집니다. 눈으로만 본 단어는 절반만 가진 것이고, 빠진 절반이 하필 누가 말했을 때 실시간으로 작동해야 하는 쪽입니다.
투명성은 의도적으로 당길 수 있는 다른 손잡이입니다. malevolent는 길어서 비싸 보이지만 mal-과 bene-를 이미 갖고 있다면 gist 같은 짧고 불투명한 단어보다 쌉니다. 길이만으로는 난이도를 못 재고, 비싼 조합은 아는 조각이 없는 긴 단어입니다. 이쪽은 어근으로 단어 익히기에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면죄부는 아닙니다
한계를 정직하게 적어 둡니다. 이 틀은 남용하기 쉽습니다.
학습 부담은 어떤 단어가 왜 비싼지를 설명합니다. 비싼 단어가 못 외울 단어라는 뜻은 아니고, 안 붙는 카드마다 원래 어려운 단어라고 선언해도 된다는 허가는 더더욱 아닙니다. 실제로 막히는 단어의 대부분은 부담이 높은 희귀 항목이 아닙니다. 뜻풀이 한 줄로 한 번 만나고, 문장도 소리도 없이 지나간 평범한 단어들입니다.
그건 진단이 다르고 처방도 다릅니다. 저도 듣기 좋은 설명 쪽으로 먼저 손이 가는 걸 여러 번 봤습니다. 흔한 단어인데도 안 붙는다면 값은 단어가 아니라 그 단어를 만난 방식에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청구서 읽는 법
실전에서 할 일은 어느 항목이 비싼지 가려낸 다음 그 항목만 지불하는 겁니다.
| 지금 벌어지는 일 | 비싼 항목 | 실제로 듣는 처방 |
|---|---|---|
| 속으로도 소리 내 볼 수 없다 | 형태, 소리가 안 붙음 | 다른 무엇보다 발음을 먼저 |
| 뜻은 아는데 내 입에서 안 나온다 | 저장이 아니라 연결 | 내 문장을 하나 써 본다 |
| 아무리 봐도 뜻이 흐릿하다 | 추상적, 경계가 없음 | 정의 한 줄 말고 대조되는 예문 둘 |
| 아는 것과 하나도 안 닮았다 | 형태적 닻이 없음 | 친척 단어 하나를 같이 익힌다 |
| 모국어의 비슷한 말로 자꾸 잘못 쓴다 | 거짓 친구 | 단어가 아니라 차이를 공부한다 |
마지막 줄이 자신 있는 학습자를 잡습니다. 형태가 공짜이고 확신이 높은 조합인데, 그게 정확히 확인을 건너뛰게 만드는 조합이기 때문입니다.
다섯 처방 중 넷은 한 번만 내면 되는 비용이라는 점도 봐 둘 만합니다. 한 번 지불하면 그 단어가 영구히 싸집니다. 조금씩 영원히 내는 복습과는 종류가 다릅니다. 막히는 단어에 진짜 품을 들이라는 근거가 이것입니다. 반복으로 이기려는 게 아니라 값 자체를 바꾸는 일이니까요.
한 번으로 안 끝나는 건 거짓 친구 쪽입니다. 틀린 버전이 이미 설치돼 경쟁 중이라, 교정에 더해 나중에 한 번 확인이 필요합니다.
놓아 주는 게 맞는 때
분명히 적어 둡니다. 어떤 단어는 값을 할 만하지 않습니다.
부담이 크고 빈도가 낮은 단어는 나쁜 투자이고, 시작한 카드를 전부 끝내야 한다는 규칙은 없습니다. 내가 실제로 읽는 글에 잘 안 나오는 단어인데 옆 단어의 네 배쯤 든다면, 놓아 주는 건 패배가 아니라 결정입니다. 나중에 다시 만나면 그때는 더 쌉니다. 그 사이 재고가 늘어 있으니까요.
거친 판별법이 하나 있습니다. 그 단어를 내 단어장 바깥에서 마지막으로 만난 게 언제인지 물어보세요. 솔직한 답이 ‘한 번도 없다’이고 값까지 비싸다면, 실제 읽기가 요구하지도 않는 항목을 유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접어 둬도 잃는 게 없습니다.
카드 문제와 단어 문제
이 둘이 계속 섞이는데, 구별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정합니다.
카드 문제는 제시 방식에 있습니다. 모호한 질문면, 모르는 단어가 하나 더 들어 있는 예문, 맥락 없는 뜻풀이 한 줄. 고칠 수 있는 것들이고 자꾸 잊어버리는 단어 쪽에서 다뤘습니다.
단어 문제는 그 단어와 나 사이의 관계에 있습니다. 동족어가 없고, 알아볼 조각이 없고, 뜻이 추상적이고, 발음을 못 하겠는 것. 이건 편집으로 지울 수 없습니다. 없는 걸 채워 넣거나, 아직은 값을 할 만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카드를 다시 만들기 전에 지금 보고 있는 게 둘 중 어느 쪽인지 물어보면 좋습니다. 카드를 고쳐도 없는 닻이 생기지는 않고, 닻을 붙여도 잘못 쓴 질문면이 나아지지는 않습니다.
앱이 대신 깎아 줄 수 있는 항목
소프트웨어가 단어의 본래 부담을 낮추지는 못합니다. 할 수 있는 건 만나기 전에 특정 항목을 미리 지워 두는 쪽입니다.
보캐비는 29,000개가 넘는 단어 목록의 모든 항목에 발음기호와 원어민 음성을 붙여 둡니다. 발음 가능성 비용을 통째로 없애는 부분입니다. 예문도 함께 붙으니 추상어에도 붙들 가장자리가 최소한 하나는 생깁니다. FSRS 스케줄러는 그다음 일을 합니다. 비싼 것으로 드러난 단어가 더 자주 돌아오고, 어떤 단어가 비쌌는지를 내가 미리 맞힐 필요가 없습니다.
마지막 지점이 조용한 이점입니다. 값을 미리 정확히 추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카드가 자꾸 돌아올 때 던져야 할 질문이 내가 이걸 못하는 사람인지가 아니라 이 단어의 어느 항목이 비싼지라는 것만 알면 됩니다.
App Store에서 Vocaby 받기자주 묻는 질문
- 객관적으로 더 어려운 단어가 있나요?
- 객관적으로는 아니지만 꽤 일정하게는 그렇습니다. 단어의 난이도는 내가 이미 가진 것과의 거리라서, 응용언어학에서는 난이도 대신 학습 부담이라는 말을 씁니다. 같은 단어라도 모국어가 무엇인지, 어떤 어근을 이미 아는지, 발음을 할 수 있는지에 따라 값이 달라집니다.
- 그러면 추상적인 단어가 더 어렵겠네요?
- 대체로 그렇고 근거도 많지만, 제2언어에 그대로 옮기기 전에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구체어가 더 빨리 학습되는 건 모국어 습득에서 특히 뚜렷한데, 그건 개념 자체를 함께 만들기 때문입니다. 성인 학습자는 '정의'나 '앙금' 같은 개념을 이미 갖고 있고 이름표만 새로 붙이는 것이라 격차가 줄어듭니다.
- 비싼 단어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카드를 더 돌리지 말고 비싼 항목을 콕 집어 지불하세요. 형태가 문제면 발음부터, 뜻이 흐리면 대조되는 예문 두 개, 닮은 친척이 없으면 친척 하나를 같이 익히면 됩니다. 그리고 비싼 데다 잘 안 나오는 단어라면 놓아 주는 것도 실패가 아니라 판단입니다.
이어서 읽기
한자어를 안다는 건 영어 단어 공부에서 자산입니다
영어의 긴 학술 단어가 어렵게 느껴지는 건 낯설어서지 복잡해서가 아닙니다. 한국어에 이미 같은 구조가 있고, 한자어를 읽어 온 사람은 그 구조를 벌써 쓰고 있습니다.
단어장 하나를 끝내고 다음으로 넘어가야 할까요
정답처럼 도는 답은 섞으라는 쪽입니다. 연구도 대체로 그쪽 손을 들어줍니다. 다만 조건이 붙고, 그 조건 두 개가 대부분의 사람에게 해당합니다.
사전의 용법 라벨, 뜻보다 중요한 정보입니다
informal, dated, literary, disparaging. 정의 앞에 작게 붙는 그 이탤릭 표시가 실은 '이 단어를 써도 되는가'를 알려주는 부분인데, 대부분 그걸 지나쳐 뜻으로 바로 갑니다.